실미도. 인천시 중구 무의도(舞衣島) 앞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무인도. 세계인이 드나드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바로 아래에 위치. 섬 전체 면적은 7만6천여평. 섬은 대부분 야산(최고 높이 해발 80m)으로 이뤄진 형태. 썰물 때면 무의도와 육지로 연결,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영화 '실미도'. 한국 영화사의 흥행기록 제조기. 지난 2월 19일 낮 12시 전후로 전국 관객 1천만 명 돌파. 관람객 등급을 감안할 때 15세 이상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 꼴로 영화를 본 셈. 권위있는 한 경제연구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영화 흥행에 따른 경제효과가 3천억~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 '실미도'는 이 조그만 무인도에 세트장을 짓고 주요 장면들을 촬영했다. '684 북파부대' 요원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의 실제 배경이 바로 실미도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겠지만, 그 것은 또 한편으론 역사의 진실과 오늘의 삶을 재조명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쓰게 한 '실미도'가 마침내 33년 동안 묻혀 있던 역사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져 놓았다. 그 것은 바로 영화라는 예술의 힘이다. 아울러 그 것은 어두웠던 시대의 아픔을 씻어내고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정언명령'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내용 자체가 다 사실일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영화적 장치로서 극적인 장면과 시나리오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사회도 '절대 금기'로 여기던 소재들을 영화로 찍어낸다는 데 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못 꾸던 시절을 상기해 보라.
그 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합리적으로 변화했는가에 대해선 의문도 든다. 그렇긴 해도 많은 국민들은 '이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걸 '실미도'를 통해 새삼 실감하고 있다. 하긴, '684 부대원'들이 폭파하려던 평양 주석궁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터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요즘 주말이면 수천 명의 관광객이 무의도와 실미도를 찾는다. 영화 촬영 장소를 둘러보며 역사의 현장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즈나 CNN 같은 세계 유명 언론사의 기자들도 실미도를 찾아 냉전시대 역사의 단면을 그린 영화의 열풍을 소개하며, 남북분단의 현실 등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사를 타전하고 있다.
하지만 '실미도'를 찍었던 영화 세트장은 사라지고 없어 찾는 이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인천시가 지난해 11월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세트장 전체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관광자원을 부순 후 지역사회에선 비난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다. 과오를 자꾸 들춰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이 참에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행정을 교훈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인천에서 벌어진 '실미도 사건'은 결국 냉전시대의 아픔이자 민족 분단으로 인한 희생이다. 특히 인천은 숱한 냉전 이데올로기와 전쟁의 흔적들을 안고 있는 곳이다. 일제시대에는 청·일, 러·일 전쟁 등 열강들의 싸움터이자 대륙침략의 교두보였고, 6·25 전쟁 중에는 인천상륙작전으로 불바다로 변해 시내 전체가 초토화했다. 맥아더장군 동상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등 분단과 냉전을 '기념'하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기도 하다.
이같은 폭력과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기에, 이제 인천은 역설적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화박물관'도 인천으로 유치하고, 각 나라에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보내는 세계적인 '평화축제'도 열어 보자. 인천보다 영화적 자원이 모자란 지역에서도 각종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데, 영화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촬영지로서도 각광을 받는 인천에선 왜 열지 못하는가. 인천에서 '국제평화영화제' 같은 걸 기획해 보면 어떨까.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동북아 중심 국제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터에, 시민들의 열망을 한데 모으면 이런 꿈들은 곧 이뤄지지 않겠는가. /이문일(인천본사 정경부장)
인천을 평화상징의 도시로…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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