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여성들은 남자들의 축구, 군대(군 생활) 얘기를 듣기 싫어한다. 여성들이 경험하기 힘든 축구 경기나 군대 생활을 남성들의 고유 영역으로 받아들여 흥미를 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오른 한국 축구와 군을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 얘기를 한다면 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과거에는 '노', 지금은 '예스'다.
 
쿠웨이트를 4:0으로 완파해 한국축구 사상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와 축구 신동 박주영 주연의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지켜 보면서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사무직 종사자와 블루 칼라 등 남녀 노소, 직업과 관계 없이 축구 경기, 그 것도 국가대표 A 매치 게임을 보노라면 '한 마음'이 된다.
 
이젠 축구 소식은 아무리 들어도 짜증 나지 않는 메뉴다. 일부 여성들은 집안에서 TV 시청에만 그치지 않고 공공 장소의 대형 전광판 실황 중계를 보면서 현장감을 느낀다. 시민들의 손으로 만든 프로 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갖고 있는 인천 시민들은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분발이 대견스럽다.
 
창단 이후 '관중 없는 축구단', '꼴찌 팀', '무스타 군단' 등 낡은 이미지로 뒤범벅 됐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새롭게 변신해 K-리그에서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꼭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투지와 함께 10게임 동안 8실점(무실점 4경기)으로 게임 당 평균 1점도 허용하지 않는 안정된 수비, 라돈치치, 셀미르 등 외국인 용병, 이정수, 전재호 등 국내 선수들의 고른 득점이 기인됐다.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잘 알고 있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장외룡 감독은 리그우승을 통해 시민들의 자존심을 지켜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수도권 배후도시로 외지인 출신이 많고, 주민 전·출입이 잦아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인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인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결집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고 있다. 아직은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점차 관중이 늘고 있다니 고무적이다.
 
국가대표 A 매치나 K-리그 승패 보다는 축구 내용에 흥미를 갖고 경기를 직접 경기장을 찾을 때 시민 구단의 우승은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재연할 수 있다.
 
축구 열기와 함께 최근들어 군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다. 종종 심야 축구 경기에 앞서 방송되는 '제 5공화국'을 드라마 이상으로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제작진이 현대사 재조명 차원에서 기획했다는 이 드라마는 실존 인물 등장으로 80년대 군대 생활을 경험한 40대 중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신군부편에 선 군 간부들(당시 중·대령이나 준장, 소장)은 이후 최고위직에 오르며 위세를 떨친 반면 그 반대 쪽 사람은 수난을 겪었다. 병사들 마저 네편, 내편으로 나뉘어 싸웠다. 선량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았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 군인이 없는 강한 군대, 국민의 군대를 만들려면 국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
 
정치 군인은 미워하되 참 군인의 기는 살려야 한다. 축구와 군대의 공통점은 전 국민이 사랑한다는 점과 팀워크,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한 축구팀, 강한 군대만에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나 국방에선 2위는 없다. 군대 처럼 잘 다듬어진 축구팀, 축구팀 처럼 기본에 충실한 군대를 시민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인천 축구, 한국 축구가 정해진 목표 대로 순항해 시민들의 삶의 활력을 찾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영환(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