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추'와 '토감', '고가' 라는 신종 식물(채소)이 있다. 몸통은 배추, 뿌리는 무인 것이 '무추'이고, 토마토 뿌리에 감자가 달린 것이 '토감'이다. 나란히 뻗은 두 가지 중 하나엔 고추가 다른 하나엔 가지가 달린 채소가 이름하여 '고가'다. 이달 15일까지 경북 울진에서 열리는 '2005년 세계 친환경 농업엑스포' 특화 작목관에 가면 이 채소를 볼 수 있다.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가 아닌 뛰어난 접목(接木)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맛, 당도, 영양, 생산량 등에서 기존 채소에 뒤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강하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는 내년 상반기 국내 최초로 일반 농가에 묘목(苗木)을 분양, 실용화 한 뒤 수출까지 한다는 소리다. 친환경 농업은 종전 농약과 화학 비료에 의한 증산(增産) 위주의 농업 부작용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FTA(자유무역협정)·DDA(도하개발아젠다) 등 쌀 관세화 협상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와 안전한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 형태 변화에 따른 국가농업 정책의 전환이기도 하다.

 과거 관행(慣行)농업은 농촌의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의 한 원인으로 부각돼 일부 먹거리가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받은 적도 있다. 식량 안보와 농업의 공익적 기능 등을 생각할 때 생명산업인 농업의 변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이런 시점에서 인천시가 오는 2010년까지 친환경 농경지 32곳을 조성해 인천시내 693개 초·중·고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내용의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는 관심 끌기에 충분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를 포함 모두 1천29억8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친환경 농업지구의 규모는 1곳당 10㏊이상, 쌀 생산 소규모 단지는 1곳당 50㏊이상으로 조성하고 목표연도 까지 농업지구는 총 20곳(200㏊), 소규모 단지는 10곳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농업단지 1곳의 면적이 1천㏊ 이상인 대규모 친환경 농업단지 2곳도 만들고, 특히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량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분명 인천은 우리나라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위치하고 있는 데다 경제자유구역, 수도권 배후 공단 등이 있는 물류 또는 공업 중심의 도시지 농도(農都)는 아니다.

 하지만 강화·검단(김포)의 시통합과 함께 수많은 '청정 섬'을 끼고 있는 인천은 친환경 농업의 적지다. 또 수도권 배후에 2천만명의 소비자와 해외 수출시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다. 시에 따르면 인천은 화학비료 사용량이 90년 ㏊당 458㎏에서 2003년에는 350㎏으로 감소했고, 2003년 ㏊농약 사용량도 12㎏ 선으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도 2001년 114㏊에서 264㏊로 2.3배 증가했다. 인천도 친환경 농업 기반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친환경 농산물이 전체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로 전국 평균 2.2%를 밑돌고 있고, 전체 농가 1만4천여가구 중 친환경농업 실천 농가수가 233가구로 1.6%에 불과하다.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자리잡기에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시를 비롯 자치 구·군, 농업기술센터, 농산물 품질 관리원, 농협, 민간 단체들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친환경 농업도시 인천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 쌀' '인천 딸기' '인천 수박' '인천 배' 등 인천산 친환경 농산물이 국내·외 소비자들로 부터 각광을 받는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 인천에서 '웬 농업 얘기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다. 친환경 농업 육성은 미래의 환경도시를 가꾼다는 점에서 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희망의 숲'(그린인천) 조성과도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안영환(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