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명박 서울시장 만큼 잘 나가는 정치인은 없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서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 횟수가 무려 200회를 넘어섰다고 하니 그는 분명 이시대 정치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시중에선 '청계천이 이 시장의 대권밑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좀 더 나가는 사람들은 '청계천에서 북악까지'라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청계천 복원을 그의 '꿈' 실현의 디딤돌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렇듯 청계천의 복원을 두고 좀 역겨운 '정치적 수사'가 난무해도 청계천 개통의 감동이 반감되거나 복원 노력이 쉬 폄훼되지 않는다. 청계천의 복원이 그만큼 우리의 기대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돌아본 시민들은 청둥오리며 황조롱이 나비 등 곤충과 조수가 돌아오고,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주변 도심 온도가 3.6도나 내려가고, 경제적 파급효과만도 23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을 두고 역사와 문화, 생명의 복원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무형의 가치'가 더 크다는 얘기다.

 필자도 복원된 청계천을 돌아보고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47년간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던 죽은 하천을 2년3개월만에 걷어내고 1급수의 물줄기가 흐르는 하천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누가 뭐래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이 시장과 정치적 경쟁관계인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휴일 이 곳을 둘러보고 “이 시장이 좋은 일 했다”고 칭찬한 것을 보면 치적임이 분명한 것 같다.

 '악취의 하천'에 익숙한 인천시민으로서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은 인천의 하천살리기가 청계천 복원보다 먼저 시작됐다. 2003년에는 전국 최초로 전문가와 시민, 환경단체, 관련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하천살리기추진단'까지 결성하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계획은 거창한데 그 진척이 너무 더디다. 청계천이 고가차도와 콘크리트 도로를 걷어내고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하천으로 변화시키는 사이에, 걷어낼 장애물도 없는 인천의 중심 하천인 승기천에서 달라진 것이라곤 자전거도로 설치가 고작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고 비교가 될까. 이 것은 곧 마인드의 차이, 추진력의 차이, 시민들의 욕구차이때문이다. 인천의 행정을 이끄는 사람들이 하천 복원에 대한 그 절박함이 덜하고, 일단 결정됐더라도 '세월아 네월아'하는 느림보 행정 탓이다. 그리고 시민들도 세금만 꼬박 꼬박 냈지 관심과 충족요구가 미약한 것도 한몫했다.

 승기천은 청계천과 같이 도심을 흐르는 하천이다. 그 규모도 길이 6.2㎞, 구간폭이 45~110m에 달해 잘 정비만 한다면 청계천(길이 5.84㎞)과 비교해서 시민 휴식공간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승기천은 인천 앞바다와도 연계돼 있어 그 가치가 오히려 높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 인천에는 승기천 뿐만아니라 굴포천, 청천천, 장수천, 공촌천, 나진포천 등 수십년 전만 해도 어린이들이 멱감고, 가재잡던 하천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모두가 죽은 하천들이다. 다행히 장수천과 공촌천 등이 시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생명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현재 인천시의 계획대로라면 인천에서 살아있는 하천을 보기란 2007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인천의 하천살리기에 청계천 복원비의 10분의1 정도만 투자해도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지만, 인천시의 사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삽질만 하고 일년이 지나는 식'으로 행정의 추진력도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된 휴식공간 하나 없는 인천시민들이 청계천의 복원 소식을 접하고, 인천시와 서울시의 행정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까. 이 시점에서 인천시 고위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청계천의 복원을 보면서 뭘 느끼셨나요?
/청계천과 인천의 하천(김은환인천본사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