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선 인천의 도시위상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놓고 인도 뉴델리시와 인천시가 OCA(아시아 올림픽평의회)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인천아시아경기유치위원회는 2~3개월 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ANOC(국가 올림픽연합회) 총회를 매우 의미있는 행사로 여기고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동아시아경기가 열린 마카오 등지에서 만난 홍콩·중국·몽골·마카오 서아시아 OCA 회원들의 반응은 좋았다는 평가다.
중국 현 IOC 위원이며 중국 NOC 주석을 지낸 하진양, 체육분과위원장 웨이지종 등은 심지어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시와 인도 뉴델리시는 중국 광저우, 지난 달 쿠웨이트, 이번 서울 ANOC 총회 등에서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개최지가 최종 결정될때 까지 이러한 피말리는 유치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인천아시아경기유치위원회의 노력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2014년 아시안게임 인천 유치전이 성공하려면 범국민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지를 최종 결정할 때 입지적, 국제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 국민이 원하고 있는 지'가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유치가 이뤄졌을 경우, 그에 따른 각종 후폭풍은 물론이고 애물단지로 전락될 우려도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인천아시아경기위원회가 여론 전문조사 기관인 갤럽에 의뢰한 결과 인천시민의 77.1%가 2014년 아시안경기의 인천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민 18세 이상의 1천2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희망적인 응답도 82.7%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개최지가 결정되는 시기(2006년 12월)를 알고 있는 시민은 0.9%, 경쟁 도시(인도 뉴델리시)가 어디인지는 1.1% 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시의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홍보활동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7.8%가 '홍보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인천아시아경기유치위원회가 안고 있는 안팎의 사정이 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천아시아경기유치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문제로 인해 지역사회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는 처지라며 볼멘소리다.
인천아시아경기유치위원회가 유치홍보에 쓰고자 하는 예산은 200억원. 지난해 확보된 예산은 45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 시의회 예산심의를 통과하는데 애를 먹었다. 50억원은 지역기업, 기관 등에 손을 벌릴 참이고, 105억원은 2006년 추경예산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5·31 지방선거로 인해 추경예산 계획이 선거이후로 연기될 예정이어서 9월에나 가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홍보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한다. 돈이 적게드는 강연회, 설명회 등외에 시민화합을 위한 행사는 엄두도 못내는 심정이야 오죽하겠나.
홍보는 해야겠는데, 돈이 없다보니 각 기관, 단체 등에 아시안게임 인천유치 홍보를 대신 부탁한다며 '구걸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급한 것은 오는 6, 7월께 OCA 평가단이 시민호응도, 중앙 및 지방정부 지원 등 23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할 때다. 대시민 홍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진다.
/장 철 순(인천본사 정경부장)
아시아경기 인천유치 딜레마
입력 200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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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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