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CEO의 시대이다.
전세계의 모든 기업뿐만아니라 국가마다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이 숱한 스캔들속에서도 임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
었던 원동력도, 영국이 토니 블레어를 유일한 정치권최고의 CEO로 인정해
총선에서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것도, 경제제일주의를 우선하는 민의의 결
과이다.
나라마다 자국의 이익극대화와 경제활성화에 쏟는 열정은 처절하리 만큼 냉
정한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구촌 최대축제인 '2002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둔 우리의 현실
은 어떠한가. 아시아 최초이면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공동개최하는 까
닭에 역대 가장 훌륭한 대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양국이 32게임씩 모두
64경기를 치르기 위한 경기장건설은 순조롭게 진행,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경쟁국인 일본의 준비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
역패권주의에 사로잡혀 10대도시를 사실상 개최도시로 선정한데 비해 일본
은 도쿄는 물론 나고야 후쿠오카등 3대도시를 모두 제외한 채 니가타 미야
기 이바라키 오이타 시즈오카 등 시골도시들이 수두룩하다.
도쿄나 나고야 등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로서 월드컵을 개최한들 별 이득이
없는데 반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시골도시에서 갖가지 이벤트와 함
께 빅게임을 치러 관광 명소로 띄우겠다는 야심이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
컵 축구대회 예선전 3경기를 조그만 도시인 니가타와 가시마에서 개최한 속
셈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그리고 성공리에 대회를 마쳐 하루아침에 관광명
소로 자리잡는 개가를 올렸다.
서귀포를 제외하고는 천편일률적인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숲에 가려진 '코리
아경기장"에 비해 잘 보전된 자연속의 여유로움과 온천이 어우러진 경기
장, 빼어난 해안도시, 깔끔하게 단장된 시골풍경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저
팬경기장"의 차별화 전략의 결과가 벌써 두렵기만 하다. 교통 숙박 언어문
제 등 숱한 과제들의 준비상황 비교는 거론조차 부담스럽다.
프랑스처럼 자국에서 개최하여 우승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실속이
라도 철저히 챙겨야 한다.
월드컵은 한마디로 돈 잔치다.
지난대회에서 프랑스는 순수세이익만 5억500만프랑(약909억원)을 올렸으며
27만5천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 간접적인 파급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대회
기간 동안에는 100만명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몰려와 98년 한햇동안 사상 최
대인 7천만명을 돌파, 세계 1위 관광대국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월드컵특수는 프랑스 산업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대호황을 구가케했고
주가지수도 사상최고치를 기록,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 회복하는 계
기가 됐다. 입장료 중계권료 광고료 관광수입만도 순익 80억프랑(1조6천억
원)을 거뜬히 벌어들였고 국가신인도제고와 국민정신통합 효과는 돈으로 환
산이 안 될 정도다.
월드컵대회는 엄청난 경제적 파괴력때문에 세계최대의 '큰 장"으로 지칭된
다. 큰 장이 선다고 해서 무조건 실질이익이 발생되라는 법은 없다. 진정
한 경제월드컵으로 치르려면 지금과 같은 정부의 안이한 자세로는 절대 안
된다.
간신히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있는 우리입장에서 엄청난 투자만 하고 법석
을 떠는 사이에 실속은 모두 일본이 챙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대회
준비는 공동으로, 돈은 저팬으로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국민적 비난은 매
우 거세질 게 분명하다.
미니 월드컵인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계기로 온통 축제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일본열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없이 착잡해지는 사람이
나뿐일까?
정치권과 정부는 더 늦기전에 CEO시대의 기본개념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해
둔다. 경기순위도 중요하지만 월드컵특수의 극대화가 더욱 절실한 때다. <
송광석(논설위원)>
월드컵,특수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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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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