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 유례없는 가뭄으로 온 국민이 하늘을 쳐다보며 비오기를 학수
고대할때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가뭄극복 성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우리사
회에는 고통받는 이웃을 돕기위한 모금 캠페인이 자주 있는 편이다. 연말이
면 으레 불우이웃돕기 모금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수재민돕기나 이번
처럼 양수기 보내기 운동이 전개되고 최근에는 북한동포 돕기운동도 있었
다.
이처럼 국민들이 힘을 합쳐 고난을 극복하고 재난에 절망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수 있
다. 일부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나 장기적인 대비에는 소홀하고 시급한 문
제가 생길때마다 일회성 모금운동이나 단기적 캠페인으로 위기를 넘기려 한
다는 비판이 없는건 아니다. 또한 모처럼 모은 성금을 제때 쓰지 못하는 일
이 생겨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전국적인 모금캠페인이 벌어지면 언론기관 특히 신문지면은 연일
성금접수 현황 보도로 요란하다. 신문마다 성금모금을 많이 하기위해 성금
기탁자 유치에 경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거액을 낸 사람이나 성금을 기탁
한 사회저명인사, 거물 정치인들의 사진이 실리고 성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
과 성금 액수를 쓴 명단이 심한 경우 신문 1개면 내지 2개면에 걸쳐 실린
다. 마치 기탁자와 성금액수의 많고 적음이 신문사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
으로 생각하고 성금유치에 열을 올리는 신문사가 많다.
그런데 이같은 성금 모금현황을 소개하는 신문을 보면 성금액수를 알수
없는 '금일봉'표시가 적지 않다. 금일봉을 기탁한 사람은 3부요인과 정치인
들이 많은데 특히 국회의원과 정당간부들이 대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금일
봉을 많이 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중진급 국회의원이 되면 신문
사마다 성금기탁을 해달라고 부탁 내지 강권을 받게 되고 언론기관에 약한
국회의원들은 여러 신문사에 성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일정한
액수의 돈을 10여개 신문사로 나누어 내다보면 성금액수를 공개하기 창피
할 정도로 기탁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금일봉'표시를 신문사
에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금일봉'은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에겐 아주 편리한 표시다. 여러 신문
의 기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고 중진급 이상이면 얼굴사진이 실리니 홍보
효과가 그만이다. 신문사로서도 성금 기탁자 명단이 늘어나고 이름이 알려
진 정치인이나 저명인사가 우리신문에 성금을 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내세
울수 있어 이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고다. 또한 3부요인의 성금도 금일봉으
로 표시 하는데에는 정치인의 경우와 비슷한 이유와 함께 예우상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된것 같다.
그러나 독자들은 사정이야 어떻든 어떤 사람은 성금액수를 밝히고 어떤사
람은 금일봉이라고 하니 이렇게 성금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생각할
뿐 아니라 금일봉은 과연 얼마인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성금 풍토에
도 권위주의와 기준과 원칙이 모호한 편의주의가 깔려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라 할 수 있다.
성금기탁과 관련해 또 한가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재벌을 포
함해 대기업의 회장이나 총수들이 내는 거액의 성금이 회사돈인지, 개인돈
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금액수가 억대 이상이 되면
별도 기사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룹 ○○○회장이 몇억원을 기
탁했다”는 기사를 보면 이러한 구분이 명확치 않다. 만일 거액의 성금을
회사돈으로 내면서 마치 개인의 사재(私財)를 낸 것처럼 기탁하거나 소개된
다면 이는 독자를 현혹시키는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공사(公私)구분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성금모금이 마지못해 내는 준조세의 성격을 갖거나 반강제적인 기탁이 되
어서는 안되지만 회사든 개인이든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많은
돈을 내는 것은 훌륭한 일임에 틀림없다. <구건서(논설위원)>
구건서(논설위원)>
금일봉(金一封)유감
입력 200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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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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