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들의 상당수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각종 행사를 좇느라 여념이 없
다. 지역사업 건의도 어느때보다 순순히 약속을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사
업”임을 내세워 다음날 참모회의에서 즉각 사업시행을 지시한다. 사업우
선 순위를 따지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참모는 일단 찍힌다. 같은 일이 두어
번 반복되면 다음인사에서 예외없이 변방이나 한직으로 밀려난다. 금년 지
자체의 예산은 이미 선심성으로 편성해놓은 것도 모자라 정부의 눈치를 살
피며 추경예산을 구상중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자체의 현재 모습이
다.
대다수의 단체장들은 지난 95년에 이어 거푸 당선된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
러니까 7~8년동안 지역의 수장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선출직으로서 인사
권은 물론 예산권과 감사권을 거머쥐고 있는 막강 파워맨들이다. 아무리 정
부가 직무태만이니 부당 행정행위, 인사권남용 등을 막으려해도 현실적으
로 별도리가 없다. 대한민국 직책중에서 단체장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
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이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선거대비용 인사가 조직적으로 단행되고 있다. 내사람
은 요직에 포진시키고 떨떠름한 사람은 영락없이 변방이다. 공직의 인사관
행이나 선례는 아예 무시된지 오래이고 자신의 표밭관리가 인사기준이 되어
버렸다. 소신파들도 인사때마다 당하고보니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줄대기에
바쁘고 충성서약을 맺지않을 수 없다. 더구나 단체장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사람과 연고있는 공직자들은 아무죄(?)도 없이 승진에서 탈락된다.
지역발전과 직결된 사안도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면 일단 유보되거나 결정
을 회피하는 등 복지부동이다. 심하면 표만을 의식한 탓에 정부의 정책도
무조건 반대한다. 국책사업 추진의 장애물이지만 방법이 없다. '내 임기중
에는 절대 안된다"는 님트(Nimt not in my term)현상마저 만연한다.
반면 차기에 출마하지 않거나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단체장들은 아예 현
장행정을 외면한 채 느긋한 말년을 즐기며 기회만 닿으면 외국출장이다. 당
연히 네임덕현상이 도래하고, 공무원들은 차기후보군 접촉이 잦고 단체장만
들기에 혈안이다. 한마디로 일선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민원인들의 원성은 커지나 집단이 아니면 헛일이다.
민선2기 단체장 가운데 98년 7월부터 올3월까지 모두 45명이 사법처리됐
다. 전체 단체장 248명중 18.1%에 달하고 30명은 형이 확정됐으며 22명은
구속됐다. 민선1기(95년~98년)의 21명에 비하면 이미 배를 넘는 수치다. 여
기에 최근 사정당국이 10여명의 단체장을 비리혐의로 조사중이어서 사법처
리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일선단체장들의 처벌도 이들을
복지부동케 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말많은 지역이 사법처리돼온 선례
를 거울삼아 단체장들은 일단 인허가민원은 모두 부단체장이나 참모들에게
미루고 자신은 생색만 낸다. 돈만 안받으면 임기가 보장되는 특별한 자리인
만큼 현실안주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정말 큰일 아닌가.
때마침 감사원이 잿밥에만 눈이 먼 단체장들에 대한 집중감찰에 나섰다니
우선 반갑다. 선거를 앞두고 행정결정을 미루고 선심행정을 펴는 행위와 선
거에 동원되는 사례가 감찰대상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일
단 지켜보자.
이 기회에 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만큼 주민
소환제를 도입하고 무능력 무소신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 범정부 차원의 지자제 발전기구도 적극 검토해보자. 고칠 것은 빨리
고치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야 지자체의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떨어뜨려야 할 사람부터 가려내보자.
이런 사람 안됩니다
입력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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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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