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일을 예측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지난 95년 6월초 국내신
문들이 보도한 외신내용이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4년 크리스마스에 ▲경
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전 재무장관 ▲다국적기업 회장 ▲옥스포드 대
학생 ▲런던의 청소부 각4명씩 16명에게 앞으로 10년후 경제를 예측하라는
퀴즈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이 지난 최근 이들이 써낸 경제예측의 정
확도를 분석해 보도했다. 퀴즈내용은 △앞으로 10년동안 OECD 국가의 연평
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10년뒤의 유가 △10년뒤의 파운드·달러 환
율 등등 몇가지 였다.
 OECD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85~94년 연평균 2.6%였다)에 대해 기업회
장 집단이 모두 2~3%로 대답, 가장 정확했다. 10년동안 연평균 물가상승률
예측은 모두 5%(실제 4.4%)를 넘을 것이라 응답, 빗나갔다. 퀴즈를 낼 당
시 배럴당 29달러였던 유가가 10년뒤 배럴당 17달러로 떨어질 것을 비교적
근접하게 예측한 집단은 청소부였다. 84년말 1파운드는 1.20달러였으나 94
년말에는 1.60달러였다. 환율 예측도 청소부들이 가장 가깝게 맞췄다. 종합
채점결과 청소부와 다국적기업 회장 집단이 1위, 전직 재무장관 집단이 최
하위였다.
 청소부가 전직 재무장관등 전문가보다 한수 위라는 경제퀴즈결과는 예측
의 어려움과 엉뚱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인 갈브레이드교수는 이렇게 썼다. “사실 예측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신
뢰할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예측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결코
그 예측을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의 신뢰성 여부야 어떻든
전문가의 예측이나 투자자문사의 추천을 믿고 주식투자를 해 큰손해를 보
는 경우는 허다하다. 무책임한 예측과 추천으로 발생하는 투자손실은 개인
적인 문제로 끝날수 있는 일이지만 나랏일을 하는데 예측과 예견이 허술하
거나 엉터리인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국정혼란 현상 중에는 담당부처 장관들이 예측능력 부
족으로 불거진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8월 미연방 항공청으
로부터 우리나라가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판정을 받아 국제적 망신을 기록
한 건설교통부장관을 들수 있다. 1년도 훨씬 전인 지난해 5월 국제민간항공
기구로 부터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올들어서도 미연방 항공청의 1차
점검후에도 안이하게 무대책으로 시간을 보낸 건교부장관의 책임이 너무 크
다.
 이들 기관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올것인가
는 주무부처 장관이면 충분히 예측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
도 당시 건교부장관은 상식적인 예측능력도 부족했다. 결국 장관 자신은 자
리를 물러나는 것으로 끝났지만 나라망신과 항공업계가 입을 엄청난 손실
은 어디에다 하소연하고 어떻게 명예회복을 할지 막연한 실정이다.
 며칠전 농림부는 쌀 증산정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쌀 재고를 감당할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쌀이 남아도는 현상은 오
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농림부장관은 쌀농사를 조정하여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재고부담을 더는 조치를 진작부터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쌀증산시
책을 계속 추진해왔다. 결과가 뻔한데도 농정의 최고책임자인 농림부장관
은 이를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8·15 평양축전' 남측방북단의 '돌출사태'만 해도 당시 통일부장
관의 예측능력이 부족했던데서 발생했다고 볼수 있다. 남측 대표단의 방북
허가를 둘러싸고 공안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북불허 방침이 갑자기 허
가로 바뀐데에는 “관계부처와 상당한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대북정책
의 실무 총책임자인 통일부장관의 책임이 크다. 방북단의 일부인사의 돌출
행위는 결과적으로 통일부장관의 해임과 DJP 공동정부의 해체라는 엄청난 '
정치태풍'의 씨앗이 됐다. 국정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들의 탁월한
예측능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구건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