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아파트
를 짓기위해 공장을 부수다니요. 참으로 이상한 나라네요.” 최근 우리나라
를 방문하고 있는 영국의 한 공무원이 화성시 동탄면 일대를 둘러보면서
한 말이다. 그는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저 플래카드에 적힌 말
들이 무슨뜻인지. 주민들이 왜 정부를 마구 욕하는지. 정부는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그는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한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기자는 (마음속으로) 그래, 맞다. 네말이 옳다. 우리가 무엇을 가졌다고 공
장을 내쫓고 아파트를 짓는단 말이냐. 이미 수원 안양 부천 등지에서 헐리
고 뜯겨나간 수십곳의 공장터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둔갑돼 폭발직전의 과
밀현상을 재촉하고 있는데 말이다.
해외로 떠나는 우리기업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3월이후 7개월째 월 평균 마이너스 13.4%의 속도
로 줄고 있다. 상반기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 9.4%를 기록했
다. 결국 한국은행과 KDI도 올 경제성장률을 2~2.5%선으로 하향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대폭적인 조세환급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확
대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기업들은 고립무원의 외톨이가 되어 생존을 위한 위기경영에 돌입했고, 살
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내외의 경영환경 악화로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각하건만 정부는 아
무런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마다 '경제의 상대성 원
리'에 따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있다. 중국이나 말레이시
아는 물론 멕시코 인도 유럽 남미 등 전세계로 '살아남기 위한 대탈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글로벌 경제시대의 필연적 현상이라고 치부
만 할 것인지.
정부가 내세우던 '외자유치'의 약발도 떨어졌으니 속수무책인가. 중국이
나 영국 등 선·후진국 가림없이 외국기업유치에 혈안이다. 아니, 숱한 전
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자기나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저렴한 땅값은 기본이
요, 세제혜택과 완벽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우리기업들에게 애절한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외국기업의 유치는 커녕 잘 가
동되고 있는 기업들마저 내쫓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동탄신도시가 바로 이 범주에 속한다. 이곳에는 크고 작
은 기업 1천여곳이 몰려 있다. 그들은 이제 유랑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규
모가 큰 회사는 여력이 있어 다소 나은편이지만 영세한 2·3차 협력사들은
사정이 사뭇 심각하다. 자칫 공장문을 닫아야 하거나 이전과 보상시점이 맞
지않아 부도 우려가 매우 높다.
공장허물고 아파트 짓는다?
영국은 재개발이나 택지개발사업을 하려면 우선 대상지역을 선정하고 정
부나 지자체가 전액출자하는 공기업을 설립한다. 인건비와 기관운영비를 제
외하고는 제로베이스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있어 단한푼의 이익금도 내지않
는다. 당연히 조성원가에 택지를 공급하고 당해사업에 대한 정산과 동시에
이 기관은 즉각 해체된다. 우리의 '땅장사'기관들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신도시정책은 어떠한가. 그럴듯한 당초의 공언과는 달
리 기반시설은 물론 기초생활 및 자족기능도 전혀없는, 새로운 베드타운만
양산해낸다. 지금의 분당이나 일산도 엄격한 의미에서는 신도시가 못된다.
가장은 물론 주부와 자녀들도 서울 나들이가 일상화돼 실질적으로는 이곳
이 모두 서울이나 다름없다. 그저 규모가 큰 베드타운 정도인 셈이다. 그래
서 동탄신도시에는 자족기능을 반드시 확충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바로 현
지기업의 보존이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역특성을 살리는 개발
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대외경쟁력은 날로 취약해지는데 멀쩡한 공장들을
뜯어내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이상한 나라'라는 오명만큼은 이 기회에 벗어
보자. <송광석 (논설실장)>송광석>
"참, 이상한 나라네요"
입력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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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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