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을 짓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식의 이름을 짓느라 애써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사람 이름뿐만 아니라 상품 이름을 정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다. 이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 이름이 재수없다든지 객사할 이름이라는 엉터리 점쟁이 소리에 놀라 멀쩡한 이름을 많은 돈을 들여 고치는 사람도 적지않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에서는 몇해전 갓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아쿠마'(惡魔)로 지어 출생신고를 했다가 시당국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낸 일도 있다. 아기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충격적이며 기억하기 쉽다고 해서 이같이 지었다는 것. 결국 몇달간 소송을 끌다가 시당국의 개명 권유를 받아들여 아들 이름을 '아쿠'(亞驅)로 바꿈으로써 한동안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악마소동'은 끝났다.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는 새로 개발한 소형 자동차를 '시보레 노바'라는 이름을 붙여 멕시코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도 판매실적이 형편없었다.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노바'(No Va)가 스페인 말로 '가지 않는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는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면 돈을 떼먹은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모든 국민들이 열받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돈에 '공적'자금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공적'자금이라니까 '공돈' '공짜'자금으로 연상하여 임자없는 돈으로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펑펑 나눠주고 떼먹고 떼이고 했는가 말이다.
공적자금이란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형편에 이르자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들마저 위기에 몰리게되자 이들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지원된 돈을 말한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돕기위해 이돈을 썼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조단위의 어마어마한 돈이 사라지거나 낭비되고 몇십조 단위의 금액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돈에 '공적자금'이란 이름이 붙게된 배경은 이렇다. 공적자금은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다. 그리고 정부가 이들 채권의 지급을 보증해주기 때문에 '공적'(公的)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공적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된 채권이 만기가 됐을때 채권 발행기관이 이를 갚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어야 한다. 정부가 갚아준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준다는 거나 다름없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이후 지금까지 모은 공적자금은 모두 157조8천억원이다. 이중 148조3천억원이 집행됐다. 올해 정부예산의 1.5배가 넘는 큰 돈이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결과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과 부실기업 경영인들이 7조원 이상의 재산을 감추거나 해외로 빼돌리고 정부 잘못으로 11조원의 공적자금이 과다 집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금융기관 임직원의 횡령금액도 엄청나고 또 30조원의 공적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이제까지 공적자금 운영결과 회수하지 못할 원금 손실액과 이자 등을 모두 합치면 139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이를 세금으로 충당할 경우 우리나라 모든 가구마다 평균 1천만원씩을 부담해야 된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그런데도 공적자금 집행기관이나 정부에 징계를 하거나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다니 더욱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어쨌든 정부의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팀이 구성되고 조사에 들어갔다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국민들은 나랏돈을 공돈으로 알고 엄청나게 큰 돈을 떼먹은 도둑들이 평생 후회하도록 엄한 벌을 내릴 것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구건서 (논설위원)>구건서>
이름을 잘못지었나
입력 200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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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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