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의 경제효과 극대화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불과 월드컵개막 5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자리를 놓고 관계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 꼴불견이다. 과연 지구촌축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상품사업 라이선싱 업체인 CPP코리아의 운영과 지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월드컵상품 판매사업이 중단됐으나 마땅한 해결책없이 표류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지금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속담처럼 공동위원장체제하에서 겪는 갈등이 바로 그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공동위원장 출범당시 정부가 '쌍두마차론'을 내세워 정몽준위원장은 국제, 이연택위원장은 국내업무를 맡길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한마리보다는 두마리가 끄는 마차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미명하에. 그 논리대로 과연 월드컵 준비가 원활하게 추진되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공동위원장들은 업무분담과 결재절차 등이 명확하지 않은 채 사사건건 부딪히더니 끝내 두패로 나눠졌다. 공동위원장체제의 상승효과를 은근히 기대했던 모양인데 그것이 애시당초 얼마나 잘못된 계산이며 실현불가능한 발상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꼴이다.
스포츠분야는 그 어느 집단보다도 보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정부가 지나치게 간과했다.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에 익숙해 있고 가족적인 멤버십을 선호한다. 월드컵조직위도 이러한 특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한 지붕아래 두 아버지'가 버티고 있는 한, 가족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계에 더 이상 정치논리를 적용하지 않기를 당부해둔다. 그동안 정치가 스포츠를 얼마나 오염시켜왔는지 대다수의 국민들도 눈치챈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은 정위원장에게 단독으로 맡기면 그가 너무 뜰 것을 우려했다는 풍문이 설득력을 얻어갈 뿐이다. 스포츠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지만 그 관계를 최소화하는 국가가 선진반열에 오른다는 것 또한 역사의 교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월드컵개최국으로서 우리는 경기 내용 못지않게 경기외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성공적인 대회진행은 기본이고 국민질서의식 선진화, 우리문화 선양, 경제적 특수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아직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자 선정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국제축구연맹의 공식라이선싱 업체의 운영과 지분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돼 상품판매 사업이 사실상 중단상태에 빠졌다.
인천공항 면세점내 몇곳의 공식상품 판매점설치가 고작인 우리로서는 월드컵 특수 조차 스스로 놓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한국 공식판매점의 매출은 목표치인 5천억원의 50분의 1수준인 100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우리측 삐걱거림의 반사이익까지 챙겨 한국의 100배인 8천억원어치를 판매한데다 우리 몫의 상품주문까지 고스란히 넘겨받아 생산이 달릴 정도라고 아우성이다. 이에따라 일본 라이선싱 업체인 산마리노는 판매목표액을 당초 1조5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배를 올렸으니 부화가 치밀 수밖에 없지않은가.
저만치 앞서달리는 일본에 비해 우리정부의 대응은 한심스러울만큼 무기력하고 안이하다. 쌍두마차의 삐걱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공동위원장제는 정치적으로 탄생한 기형아임이 명백해진만큼 당장 단일위원장체제로 바꿔야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21세기의 첫 월드컵대회는 우리나라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러다가 월드컵 경제효과 극대화는커녕 남의 잔치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월드컵까지 겨우 5개월,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송광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