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다. 다음 글은 유엔이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다. 유엔이 왜 '산의 해'를 선포했나 그 이유를 알수 있다. “산은 바다만큼 생명으로 가득차 있으며 적도의 밀림만큼 우리 복지에 필수적이다. 산에서 물을 얻어 작물을 기르고 전기를 생산하고 음용수를 마신다. 산은 또한 갖가지 동식물들이 사는 곳이다. 산은 문화적 다양성이 가득한 곳으로 언어의 수호자이며 전통의 저장고다….”
산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우리에게 주고 또한 식량과 에너지원의 보고다. 생물의 다양성과 함께 휴식과 레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산이 우리 국토에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 스위스나 네팔같은 산악국가는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나 사방을 둘러보면 산들을 볼수있다. '준 산악국가'라 할수있다. 이러한 산의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산의 보전과 개발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수 있나를 우리는 올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등산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등산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봄, 가을 등산철이면 유명한 산에는 등산로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크게 붐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등산로가 번잡한 대도시의 큰 길처럼 변한다. 산길을 오가기가 힘들때도 있다. 이러니 산들이 몸살을 앓고 병이 들지 않을수 없다. 등산객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지만 정작 산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한국환경생태학회에 의뢰해 전국 국립공원 등산로의 훼손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등산로 1천143㎞의 75%인 857㎞가 크게 망가졌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등산로는 넓혀지고 파헤쳐졌다. 등산로 폭이 평균 4m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등산로 폭 1.5m보다 배이상 넓어졌다. 등산로 주변에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등산로 주변을 복구해야할 면적이 약 65만평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구비용도 2천700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의 대부분은 등산객들이 과도하게 몰려든 탓으로 보고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연간 최대 수용인원이 60만명 정도로 산정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탐방객은 4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내장산은 수용능력의 20배, 설악산·가야산은 3배가 된다.
산에서 건강을 다지고 또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은 이제 산의 건강을 보살펴야한다.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계곡물을 더럽히지 않고 산의 나무와 바위, 흙을 있는 그대로 놔두면 된다. 거창하게 환경보호를 들먹거릴 필요도 없다. 어려울게 없는 것 같은데 잘 지켜지지 않으니 답답한 일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최근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연생태계 건강지수에서 한국은 161위로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생태계 건강지수는 생태계 다양성, 수질오염, 물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야생동식물 보호, 에너지 소비량 등 51가지 지표조사를 종합하여 점수와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서 27점을 받았다. 부끄러운 수치다.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이면 무한한 대자연의 경관을 보면서 인간의 무력함과 왜소함을 느낄때가 많을 것이다. 등산객들은 자연과 그리고 산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숨이 턱에 차서 겨우 산 봉우리에 오른 것을 마치 산을 정복한 것처럼 기고만장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돌아가신 성철 큰 스님은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남겼다. 평범한 속인이 그 깊은 뜻을 알수 없지만 산이라면 산다워야 산이라고 할수있다는 뜻도 들어있는 말씀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산천초목이란 말처럼 산에는 맑은 계곡물과 풀과 나무들이 온전히 잘 자라고 있어야 산이라고 할수있지 않을까. <구건서 (논설위원)>구건서>
세계 山의 해
입력 2002-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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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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