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의 기본은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공정하고 합리적인 틀, 신뢰받는 지도층,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기본 요소들이 우리들 스스로의 무질서와 맹목적인 집단의식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그냥 무덤덤하다. 왜 일까. 약간의 비약일 수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도 너무 많다. 이런 사고를 균형감각의 상실로 돌리기에는 왠지 너무나 혼란스럽다. 그러면서도 이런 난제의 해결 과정에서 성숙한 의식이 시민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내면을 느낄 때는 우리도 어느덧 선진 시민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어 혼란이 기우가 아닌가하는 판단을 하게한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졌던 철도, 발전, 가스 노조의 연대 파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뒤로 하고라도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파업이 장기화 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할 때 파업이 빠른 시일내에 타결된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파업 장기화 우려를 씻고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낸 노사 양측의 노력을 높이 살만하다.
예전 같으면 공권력 투입에 이은 농성 노조원의 강제해산과 이에따른 폭력 시위등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이번 파업에서는 없었다. 이와 더불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큰 혼란없이 차분히 대응한 시민들의 말 없는 행동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성급하게도 우리의 의식이 다른 이해 집단의 행동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물론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고 비약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냉소와 체념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돌려 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김동성선수의 금메달 강탈 사건에 이은 미국 NBC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의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를 삭히는 과정에서 보여준 변화된 우리의 모습에 더욱 희망을 갖게 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시민들의 맹목적 애국심이 아닌 합리적이고 차분한 행동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며 수많은 네티즌들의 격의없는 토론과 해결 방법의 도출, 또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분출은 어느덧 우리도 강제와 물리로 통제될 수 없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정쟁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미숙한 의식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을 볼 때 희망보다는 우리의 의식이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는 자조적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정관계의 실력자들을 등에 업고 벌어진 3대 게이트 사건들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며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인한 각종 민생법안의 표류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또 지금 집권 여당이 국민의 선택을 전제로 한 대권과 시·도지사, 일부 시장·군수 후보를 선출하기위한 유세를 강화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상대방 후보를 비하하거나 권모술수에 나서는 일부 후보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혐오감 마저 들게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오늘은 83주년을 맞는 삼일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민족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기개를 전세계에 알리고 일제의 핍박에서 주권을 되찾기위해 분연히 일어나 만세를 부른 날이다. 이날의 만세가 현재 우리 민족 정신의 큰 기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3·1 정신의 기본과 원칙을 토대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 나가는데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자. <송인호 (부국장 대우)>송인호>
성숙한 민주사회를 향하여
입력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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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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