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거품경고'가 자주 나오고 있다. “거품(버블)경제의 위험이 있다” “가계 거품이 문제다” “부동산 버블 경고”등등. 이러한 거품경고의 중심에는 아파트가 있다. 태풍의 핵에 부동산이 있는 셈이다. 거품경고가 나오게 된 것도 집문제 때문이다. 집값 폭등과 아파트 시장의 투기열풍으로 거품경고가 시작됐다.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은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았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천대 1을 넘는 일이 생겼다. 서울에는 평당 매매가격이 4천만원이나 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3월1일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나온 기록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10평형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4억원이나 됐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될 주공 저층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올초만해도 평당 3천만원이었는데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두달만에 1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재건축을 하면 10평 아파트가 몇평이나 더 커지고 가격이 얼마나 뛸지 알수 없지만 일반 서민들은 꿈도 못꿀 엄청난 값에 놀랄뿐이다. 이밖에도 평당 2천만원 이상으로 팔리는 아파트가 서울에는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러한 아파트 시세는 지난 3월6일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등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조사된 것이다. 대책발표이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
아파트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두고볼 일이다. 과거에도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일시적으로 주춤하다가 곧바로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의 이상과열 현상이 지속되자 거품경고가 뒤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주택가격의 상승률(9.9%)과 아파트값 상승률(14.5%)이 명목 경제성장률(4.3%추정)의 2배를 웃돌았다”고 지적, 거품발생을 경고했다. 금융연구원도 은행의 주택담보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가다 나중에 담보물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들도 부실채권 증가로 위기를 맞을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금리가 싸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 까지는 좋으나 어느 시기에 거품현상이 꺼져 부동산값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개인이나 가계의 파산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웃 일본이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장기침체에 허덕이고 은행과 기업의 도산이 줄을 잇고 일본경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을 남의 나라 일로 볼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아파트이상과열 현상을 보고 일본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이상과열은 정부가 부추긴거나 다름없다. 주택정책이 건축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우선을 두고 추진돼왔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 주택정책을 경기부양에서 주거안정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진작으로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경기과열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이상과열을 방치한다면 거품경제의 위험뿐만 아니라 주거안정 측면에서도 큰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주택소유 비율은 57%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반 정도만이 내집을 갖고 있을 뿐이다. 집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그런데도 아파트 평당 가격이 몇천만원씩 하고 그것도 날이 갈수록 오르기만 한다면 이는 분명 나라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경기부양보다 주거안정이 사회안정의 기틀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정부의 주택정책과 부동산 대책의 기본이 무엇인가는 자명해진다. <구건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