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리 행 댕기지 말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속심행 다니곡. 속 어신 사람처럼 와리지랑 말고 다니라. 놈덜 싸움 만들곡 이녁 모심만 막아져부러.” 제주도 사투리를 모은 한 사이트에서 퍼올린 글이다. 내용은 “고자질 하지마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입 다물고 다녀라. 생각없는 사람처럼 부산떨지 말고 다녀라. 남들 다툼 만들고 자기 마음 상한다”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모진 풍파를 겪은 탓인지 제주도 어머니들이 요즘까지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당부하는 말이라고 한다. 아마 고자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대목인 것 같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에 쓰레기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제가 사실상 원조격이다. 그후 교통법규 위반차량신고제, 수입농산물 불법유통신고제, 야생동물 밀렵 및 거래신고제, 노래방 탈법영업신고제, 부동산 중개수수료 과다청구신고제, 심지어 구제역 의심가축신고제까지 이루 열거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
최근에는 지방 및 대선을 의식한 중앙선관위마저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민신고를 적극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신고내용에 따라 최고 30만원이던 것을 무려 1천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또 경기도는 가짜 경기미를 유통시키는 행위자를 신고하거나 검거할 경우 1건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조례를 개정,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했다.
신고 포상금이 이처럼 거액으로 부풀려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목 좋은 곳'에서 진을 치고있던 전문 고발꾼들에 의해 적발당한 수많은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억울해하면서도 마땅한 항변도 못한 경험이 한두차례씩 있었을게다. 이들의 심사가 어떠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애매한 교통신호체계 앞에서 먹이 감을 집어삼키듯 사진찍는 현실은 취지가 어떻든 웃지못할 우리사회 오늘의 자화상이다.
이래서 이 제도를 현정부의 대표적 '고자질 장려정책'으로 꼽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소탐(小貪)보다 불신사회의 조장이라는 대실(大失)이 더 부각되는 사고가 분명한 기조임을 망각하는 듯싶다. 심지어 '목 좋은 곳'은 몰래 카메라들의 집결지가 되어 조직폭력배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라니 할말이 없다. 파파라치들이 보상금을 받고 즐거워할때 그 뒤편의 운전자들은 울화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남을 불행의 제물로 삼아도 좋다는 이치나 다름아닌가.
조선시대에 반좌율(反坐律)이란 형벌이 있었다. 이는 남을 거짓으로 음해한 사실이 드러나면 거짓 고자질한 자에게 되레 같은 죄에 해당하는 벌을 내리는 무서운 제도이다. 그만큼 무고사범을 엄히 다스린 것이다. 미 프로농구(NBA)애틀랜타 호크스구단이 지난 2000년 팀의 주득점원인 아이재이아 라이더를 시즌중에 갑자기 방출해 버렸다. 이유는 라이더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일류선수지만 팀동료인 디켐보 무톰보와 라폰소 엘리스가 마리화나를 흡연했다고 언론에 고자질한 때문이었다.
신고 포상금제는 엄밀히 따져보면 해당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할 의무에 거액을 지급하는 꼴이다. 경기미 부정유통행위자를 누가 검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업무특성상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검·경찰이 틀림없을게다. 그것은 그들의 당연한 업무수행임에도 국민의 혈세를 이중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각종 신고포상제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게 뻔하다. 범법행위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건전한 신고문화 정착과는 거리가 멀다. 어쩌려고 정부가 나서서 노골적인 고자질문화까지 자꾸만 조장하려는지 한심스럽다. <송광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