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정원고가 결국 1학년 없는 학교가 됐다. '이 학교가 싫다'며 등록을 거부해온 학생 가운데 94명에게 지난 4일밤 전학서류가 발급된 것이다. 전체 배정학생 258명 가운데 '먼 곳에 사는' 100여명은 이미 지난달 전학을 갔다. 남은 학생 36명도 곧 전학을 가야 한다. 이제 정원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특별지원을 받는 한편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로 개편된다. 정녕 이런 해결책밖에 없었을까. 우리 교육의 모순과 끝없는 미봉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
고교 재배정 파동이 시작된 지 두달. 한편에선 사임한 교육감의 후임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난 8일 7명의 후보가 공식등록하기 이전에도 10여명의 자천타천 인사들이 뜨거운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오늘(10일) 지역언론이 공동개최하는 후보 초청토론회를 기점으로 각 진영은 막바지 공식 득표전에 돌입하게 된다. 오는 18일 2만명 가까운 선거인단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20일 결선투표를 통해 새 교육감이 선출될 예정이다.
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은 아니지만 지역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각 후보의 사진과 프로필이 게재된 지면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교육계에 떠도는 소문을 얻어들어볼까 귀를 세워보기도 하지만 적임자 판단이 쉽지 않다. 경력만 봐서는 여러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다 후보들의 교육관과 능력을 가늠해 볼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도 이렇게 답답해 할까.
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선거기간이 짧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후보는 후보대로, 선거인단은 선거인단대로 선거공보와 6개 선거구별로 1회씩 열리는 소견발표회, 언론기관 및 단체의 초청 대담·토론회 만으로 어떻게 적임자를 가릴 수 있겠느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전이 과열되는 원인을 선거방식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초등교사 출신이냐 중등 출신이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고향은 어디냐, 교육행정직들의 지원을 받느냐 못받느냐 따위 지연·학연을 따지는 고질적 풍토가 판을 치고, 흑색선전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이유가 모두 그 때문인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바른 선택이 이뤄지려면 유권자에게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줄수록 좋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문제점이 지적돼온 현재의 선거규정은 빠른 시간안에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쨌거나 현행 방식대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최고의 교육감 후보를 가려내는 일만 남았다. 자, 어떤 기준으로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재배정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기교육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면 결단력 있는 교육감을 선출해야 한다. 아니다. 산적한 교육현안을 풀어 나가려면 추진력 뛰어난 후보가 낫다. 무슨 소린가. 강한 교육감보다는 덕망 있는 교육감, 도덕적으로 깨끗한 교육감만이 상처투성이 경기교육을 감싸안을 수 있다. 순진한 소리 하지 말라. 정치적 감각과 유능한 행정가적 자질을 갖춘 교육감만이 거대한 경기교육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법이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다. 고교평준화 문제가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학부모는 자기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국가의 교육정책은 갈팡질팡 중심을 못잡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에겐 '슈퍼교육감'이 필요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학년이 몽땅 전학을 가야하는 이 서글픈 현실 앞에서 우리 교육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참스승의 모습을 새 교육감의 자질로 추가한다면 너무 감상적일까. 오늘 토론회가 궁금하다. <양훈도 (논설위원)>양훈도>
어떤 교육감을 뽑을 것인가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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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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