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Ask-Investment'. 우리나라 증시에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할 때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그대로 직역, 대박만 쫓으며 냄비 끓듯하는 한국인들의 투자모습을 다룬 특집제목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카지노 경마 벤처 등이 '돈 된다'는 입소문만 나면 앞뒤 가림없이 달려드는 한국민 성향을 꼬집은 기사다. 또 영국의 BBC방송은 전반적인 경기불안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카지노와 복권 등 각종 도박산업에 큰 돈이 몰리는, 이해못할 기현상(?)에 대해 금년초에 집중 보도한바 있다. 이때 BBC는 정부 국영인 경마는 지난 한햇동안 평균 25%이상 매출액이 증가했고 경륜은 같은 기간에 50%나 급성장했다고 전했다.

맞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확인되지도 않은 보물선이나 금광을 발견했다는 '설' 하나로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돌연 급전직하하는 바람에 막차를 탄 개미군단만 울린다. 돈이 될성 싶다고 판단되면 폭탄 돌리기식 머니게임에 뛰어들어 '돈놓고 돈 먹기'란 심정으로 부나방처럼 덤벼든다.

개장한지 1년반이 된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는 하루 평균 3천명 이상이 몰려 베팅액이 무려 10억원을 넘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카지노는 연평균 25%의 신장률에 총 입장인원이 1천300만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에서조차 전혀 예측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곳 주변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다 퇴직금이나 전재산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카지노 노숙자' 들마저 생겨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 과천의 경마장을 비롯한 전국 일원의 경마·경륜중계소들의 상황도 정선카지노장이나 크게 다를바 없다. 대박을 쫓다가 쪽박을 차는 사람들중 상당수는 사실상 폐인으로 전락, 가정뿐아니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말처럼 유난한 우리의 도박성향은 70년대 부동산투기 붐에서 잉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 투기습성이 주식시장과 경마 벤처투기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복권과 도박사이트로 번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대박 선호현상에 편승하여 세수를 올리려는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복권사업에다 경마장 경륜장 경건장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는 마당이니 가히 대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요즘에는 3년만에 한번씩 찾아온다는 대세상승기를 맞아 주식시장이 달아 오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경기회복 가시화, 세계경제 회복조짐 등이 반영되고 나라 안팎의 경제여건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단기간의 과열은 거품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어서 자칫하면 투자자는 물론 주식시장이나 경기회복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의 '병주고 약주는' 식의 오락가락 주택정책으로 부동산 투기현상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은 수천대 일의 경쟁률과 함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서민들까지도 가계대출을 받아 투전판에 뛰어들고 있는 투기열병 현상은 버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아닌가.

절제된 투자와 도박은 재미가 될 수 있지만 한탕주의식 대박풍조의 만연은 궁극적으로 망국병이 될게 분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대박의 꿈'을 안고 살기에 '하룻밤에도 기와집 너댓채씩 지었다가 부순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불고있는 대박열풍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비교적 중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성들과 청소년들까지도 예외없이 대박의 꿈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여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의 가계빚 분석을 발표하면서 지적한 '자금시장의 왜곡현상 경고'를 곱씹어 볼 때인것 같다. <송광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