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대로(大路)의 사거리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무엇인가가 크게 폭발할 것 같은 불안과 위기감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적 큰 잔치인 월드컵이 목전에 놓여 있어 희망도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생각을 뇌리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비전과 문제해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분명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는 당장 대통령 아들까지 개입된 권력형 비리, 지방선거, 월드컵개최, 탈북자 문제, 국가 경쟁력 상실 우려등 큰 몇가지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돌출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최근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고 있는 최규선게이트와 분당 파크뷰 사전분양사건, 타이거풀스 로비사건 등은 우리 서민들이 감히 엄두도 낼 수조차 없는 비리 덩어리로 비춰지고 있다. 여·야를 넘나든 최규선씨의 녹음테이프 하나에 온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 아들까지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타이거풀스라는 도박사업을 벌이기 위해 이들이 벌인 로비 행각에 정치권은 진공 상태에 빠져들고 있으며 구태의연한 폭로정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 우리 서민들은 헷갈릴 정도며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탈북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문제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해결책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인권 단체들은 월드컵 경기기간동안 1천500여명을 실은 탈북 난민선을 공해상에 띄워 놓고 탈북자 문제를 국제 이슈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도 문제다. 경기·인천지역에서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나름대로 열의를 갖고 뛰고 있다. 지역개발이나 지역 경제의 활성화, 주민 민원 해결 등을 약속하면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이들의 인물 됨됨이,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을 벌이며 앞으로 5년동안 내고장을 이끌어갈 선량들을 고르기 위한 잣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지역사회의 권한 확대와 기득권 보호차원을 위해 선거에 뛰어든 철새 정치인도 있다. 또 이권 개입등을 노리고 선거 캠프를 기웃거리는 브로커들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시중에는 어떤 지역이 도시계획 변경이나 개발이 된다면서 땅투기에 열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벌써 선거가 과열되면서 타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상이다. 서로를 헐뜯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지역이 갈라지는 폐단을 낳고 있다. 이런 후유증들이 앞으로 어떻게 수습될지 정말 답답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괴롭히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산업 공동화 현상에 따른 경제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증권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판이 된 상태에서 경제의 알맹이인 제조업이 외국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상공회의소가 밝힌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기업의 68%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65%가 중국을 이전 대상국가로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우리 경제의 생산거점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등 일부 산업을 빼놓고 대부분 중국의 추월을 받고 있다. 첨단산업은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제조업 기반마저 중국에 빼앗긴다면 향후 우리 경제는 무엇으로 지탱하겠는가.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세계인의 큰 잔치인 월드컵이 꼭 10여일 정도 남았다. 경기가 시작되면 수십억명의 이목이 우리들에게 쏠릴 것이다. 지금 와서 이런 좋은 기회를 국내 내부의 문제로 잃어버릴 수는 없다. 위기와 불안감을 일거에 떨쳐 버려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우리 모두 단합해야 한다. 잠시 돌출된 문제들을 뒤로 미루고 서서히 풀어보자. 그리고 우리의 자랑인 역동적인 참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자. <송인호 (논설위원)>송인호>
월드컵을 기회로
입력 2002-05-2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5-2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