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혹은 거리에서조차 어느곳 어디에서나 화제는 단연 월드컵이다. 또 한국 대
표팀의 승전보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환호한다.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응
원단의 함성이 넘쳐 흐른다. 거리는 붉은 물결로 뒤덮이고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다. 하여간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월드컵 경기는 경제위기 이후 침체됐던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일대 사건이
었으며 배움의 터였다. 우리 대표팀은 꿈에 그리던 16강 진출을 일궈내면
서 우리에게 '하면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려줬고 자긍심을 심워줬다. 그
리고 희망을 갖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주기
에 충분했다. 한편으로는 월드컵 경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변화
를 감지하고 놀랐다. 다름아닌 붉은악마의 응원이며 이에 동참하는 전 국민
의 열기 때문이다. 응원문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창조적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붉은 티셔
츠를 입은 응원단이 매 경기마다 수백만명씩 거리응원에 나서는 모습은 이
전만 해도 우리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속내를 행동으로 표현할 줄 아는
자유분방한 생활양식이 어느 틈엔가 우리의 생활속에 파고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이제까지 감춰졌던 우리의 참모습이 숨어 있었다. 인파의 환
호속에 성숙한 질서의식, 열기속에서 느껴지는 일체감과 동질성이 바로 진
정 우리의 모습이었다 할 수 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벌어진 날 거리
는 400만명이 넘는 응원인파가 모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부탁한 일
도 아닐 것이다. 국민들은 그냥 좋아서 했으며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잠
재해 있던 역동적인 힘의 원천이 분출된 통일된 행동 양식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우리는 변화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부언하면 우리사회가 유
행을 따라가는 시대에서 유행을 만들어 가는 패션사회로 변하는 전환점에
있다는 점이다. 거리의 붉은 물결은 19세기 중엽 이탈리아 통일운동 당시
가리발디에 의해 창설됐던 '붉은 셔츠단'이란 애국단과는 전혀 다른 자유
와 낭만, 희망이 넘치는 물결이었다. 아 대~한민국을 외쳐대며 선수들의 사
기를 북돋우는 우리 대중의 모습은 성숙했으며 태극전사들 못지 않게 강한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 주었다. 대중의 모습은 애국적 정렬로 불타고 있으
며 돌파구만 있다면 그 정렬이 얼마나 수준 높게 단결된 창조적 에너지로
분출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월드컵은 기대와는 달리 경제적 효과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가
장 큰 성과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국민의 끈기있는 정열과 열정, 그리
고 역동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국가 발전의 동
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월드컵 이후의 국가발전 전략
을 다시 수립,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세계 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이며 능동
적인 선도자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이미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그 위에 월드컵 승리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일반국민도 국민경
제가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
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에게 내재되어있는 탄력적인 끈기, 뜨거운 열정 그리
고 단결력과 역동성을 국민적 통합의 계기로 삼고 우리 경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2주후면 월드컵도 끝난다. 이젠 우리는 들뜬 분위기보다는 월드컵을 통
해 이룩할 수 있는 결실을 찾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외환
위기 이후 실직과 실업, 기업부도, 퇴사, 정치, 사회적 갈등등 그동안 우
리 사회를 억누르고 짓밟아왔던 요소들을 차제에 모두 벗어 던지자. 그리
고 이번에 분출된 역동성으로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보자. 월드컵
분위기에 몰입하기보다는 이런 변화들이 새로운 도약으로 더 성숙한 민주사
회의 기틀을 만드는 반전 포인트가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자.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더 성숙한 사회를 향해
입력 2002-06-1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6-1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