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 국민들은 월드컵을 통해 국제사회를 감동시켰다. 우리 역시 우리 국민들의 엄청난 에너지 분출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모든 세계 언론들이 한국과 한국 국민들의 단결과 질서의식, 공정한 태도를 격찬하고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한일월드컵 대회의 “진짜 챔피언은 한국 국민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월드컵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이때 해외의 '칭찬 홍수'속에서 우리 자신을 새삼스럽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몇가지 대표적 사례들을 짚어 보며 생각해 보자.

중미(中美) 에콰도르 기자의 월드컵 기간중 '한국 체류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한 어린이가 축구 경기가 끝난 후 먹고 있던 과자 봉지를 관중석 바닥에 던지고 일어섰다. 앞서 나가려던 엄마가 돌아섰다. 그리곤 아이에게 봉지를 줍게 하더니 쓰레기통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무언가 얘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너무나 교육적인 경험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터지는 멋진 골만큼이나 산뜻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인 제프 제라드씨는 “한국인들은 광화문 거리응원에서 열광하다가도 승부가 갈린 뒤에는 침착하게 주변을 치웠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에 대해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백만명이 참가했던 거리응원이 끝난후 쓰레기를 치우고 뒤를 정리하는 응원단들의 모습에 해외언론과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인의 수준높은 시민의식을 칭찬했다.

그러나 우리는 월드컵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많은 국내 경기장이 관중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뒤덮인 부끄러운 모습을 흔히 보아왔다. 이를 청소하는데 많은 환경미화원들이 밤을 새워야 했다. 여름 휴가철 유명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로 뒤덮였고 텐트촌 주변은 밤새 젊은이들의 고성방가와 취중난동으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또한 젊은 엄마들은 “애들 기죽인다”고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제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번 월드컵 대회 기간중 우리 국민이 보여준 질서의식과 공중도덕심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모양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월드컵 기간중 외국인이 경탄한 질서의식을 왜 평소에는 보기 어려웠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폴란드 대전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에 체류했던 폴란드 베이징 특파원 길레트기자는 뜻밖에 한 부산시민이 양보한 입장권을 얻어 경기장에서 '붉은 악마' 한가운데서 조국 폴란드를 응원했다. 그는 “전세계에 한국 민족보다 더 따뜻하게 손님 접대를 하는 민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즈의 조지 베시 기자는 월드컵 결산기사에서 “한국사람들은 전혀 고칠 것이 없다.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이고 두번째는 한국팀이었다”고 격찬했다. 우리 스스로 자문해보자 “과연 그럴까.” 미국의 공보문화원장 스티븐 라운즈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월드컵은 분명 한국의 이미지를 한단계 격상시켰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미지수다.” 우리들이 한번쯤 음미해 볼 말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 각계에서 '포스트 월드컵' 대책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월드컵 대회 기간에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인이나 국제사회를 감동시킨 우리 국민들의 질서의식과 수준높은 언동들이 월드컵 대회라는 특수상황에서 일어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우리 국민들의 의식향상과 잠재력이 이번 기회에 분출해 나타난 변화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우리 국민이 월드컵 기간중 보여준 저력과 놀라운 변화를 국민성으로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구건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