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특히 집값 안정 문제처럼 정부가 자주 그리고 꾸준히 대책을 내놓는 과제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문제처럼 정부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효과가 금방 떨어지는 사례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지난 주말 투기지역내 부동산 거래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기대책을 내놓았다. '9·4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한달이 조금 넘어 나온 대책이다. 그런데 집값은 9월에 가장 많이 뛰었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9월 도시주택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주택매매값이 8월보다 2.4%나 올랐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무색해진다.
그러나 집값 안정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해도 이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에 무주택자 수가 줄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와 사회가 불안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98.3%를 기록했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수를 총가구 수로 나눠 산출한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건설경기 활황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 연말이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가구들이 각각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주택수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래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주택소유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56.93%였는데 지난해에는 56.99%로 나타났다. 건설되는 주택 수가 해마다 크게 늘었는데도 이처럼 주택소유 비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가구수도 늘었겠지만 근로자들이 돈을 모아 집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데 한편에서는 일부 여유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투기와 재산불리기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를 사들이고 금리가 낮은 것을 계기로 은행돈을 빌려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을 사고 집크기를 늘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바람에 소득이 없다는 전업주부가 아파트를 26채나 갖고 있는가 하면 미성년 어린이가 아파트 3채를 보유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가 지난 9월25일 현재로 전국 1만1천여개 아파트 단지의 평당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들어 평균 14.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2년만에 최고라는 것이다. 이를 볼때 집값 안정은 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워낙 많이 오른 뒤끝이라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서민들은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가격 수준이다.
올들어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당 매매값은 평균 1천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런 가격의 아파트가 올해처럼 값이 뛰면 연간 몇천만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근로자가 이만한 돈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생각하면 무주택 근로자의 좌절감과 원망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값이 뛰면 노사분규가 늘어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집값이 폭등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또 있다. 집값이 올해처럼 뛸 경우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계층간 갈등을 더 부추긴다. 몇달 사이에 아파트 값이 몇천만원 심지어 1억원이나 뛴다면 집 없는 근로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월급 몇푼 올라야 무슨 소용이냐”며 근로자들은 분노할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임금이 오른다해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수재민들이 올 겨울 추위를 컨테이너에서 견뎌야 한다는 뉴스는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집 없는 설움과 무절제한 부동산 투기 그리고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무주택자와 서민들의 절망감을 달래줄 길은 없는 것인가. 집값 안정은 가장 중요한 복지대책의 하나다. <구건서 (논설위원)>구건서>
집값 안정은 복지문제다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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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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