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20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보험 특히 생명보험이라면 빨라야 30대 이후에나 생각해봄직한데 예상밖의 변화다. 대한생명이 최근에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자사 종신보험 고객 100여만명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보험가입 당시의 연령을 보면 지난해 후반기에는 20대이하의 가입비중이 29.9%로 40대(28.9%)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보험료를 부모님들이 대신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을 듯한데 어쨌든 이러한 현상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나라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노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때 더욱 그렇다. 지금의 20대가 60대가 되는 시기에는 우리 나라도 본격적인 노령사회가 되어 노인층을 부양하는 일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겠다고 종신보험에 든 20대의 어른스러운 '준비성'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준비없이 맞은 '노년의 비극'이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볼때 어느 부문이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장기계획 밑에 장래를 생각하고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는 것은 미래의 성공을 '예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신뢰를 갖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대선때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우고 강조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주목과 믿음을 이끌어낸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위대한 '인간승리' 뒤에는 오랜 '준비'가 있게 마련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병리학자였던 루이 파스퇴르는 행운이 발견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행운은 준비된 사람을 따른다”고 대답했다.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행운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엄청난 발견이나 세계적인 발명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보통 회사원'으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하여 일본을 감동시키고 단숨에 일본의 영웅이 된 다나카 고이치 역시 오늘이 있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가 노벨화학상을 받게된 업적은 '단백질 구근 해석방법'의 발견이다. 다나카는 28세때인 1987년 어느날 연구소 동료들과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글리세린 액체를 코발트 분말에 떨어뜨렸는데 커다란 분자이온이 관측되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다나카는 단백질 분자의 분자량 측정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단백질의 행체고분자를 간단히 분석해 신약개발과 암 조기진단에 획기적인 길을 열은 것이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의 에피소드는 더욱 유명하다. 플레밍은 며칠 비워두었던 실험실의 세균배양기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나고 곰팡이 주변에는 박테리아가 녹아 무균상태가 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플레밍은 푸른 곰팡이에서 세균을 죽이고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기적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다나카나 플레밍의 발견이 우연이나 행운이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평소 그들의 연구과제를 한눈팔지 않고 추구하고 연구에 몰두해왔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우연의 행운'을 즉각 알아보고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각 부문에서 '준비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연구를 한다면 본인은 물론 나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대선 외에는 안중에 없는 듯이 움직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를 가려내는데 관심을 갖고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준비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 준비 안된 후보와 준비된 후보를 가려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구건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