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답답할 정도로 궁금한 게 있다. 바로 저들 ‘일곱 난쟁이’가 아닌 일곱 대통령 후보들의 교양 수준과 지적(知的) 수준이다. 지적 수준이 1m인지 10m인지, 교양의 함량은 한 말 정도가 모자라는지 한 말 반 정도가 철철 넘치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도 그걸 묻는 질문자가 없었고 어느 사회자도 TV 토론 때 그걸 캐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외교, 통일 포함) 분야를 시작으로 어제 시작된 합동 토론회 일정도 경제, 사회 등 세 차례만 잡혀 있다고 했지 그 어느 토론회도 후보의 교양과 지적 수준을 재겠다는 잣대는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저들의 저서 한 권이 어떻다는 풍문도 들은 바 없다.

거부반응과 터부의 지뢰밭 저지선을 요리조리 기묘하게도 살살 잘도 피해가는 가장 적절(?)한 모범 답변만을 신변의 참모들이 적어준 그대로 달달 외기에 능수가 돼버린 후보들의 교양 수준, 지적 수준 측량을 위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어느 TV의 고교생 퀴즈쇼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 벨을 울려라’처럼 일곱 후보를 방송국 스튜디오 바닥에 앉혀 놓고 ‘도전 대권 벨을 울려라’식의 답을 널빤지에 적어 번쩍번쩍 들어 보이게 하는 방식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 수능(修能) 시험이 아닌 수능(遂能) 시험, 수행 능력 시험을 보이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질문은 한글 철자법과 기초 한자말쯤이 어떨까. 그래서 모국어로 연애 편지 한 장, 연설문 한 장 대필 없이 제대로 쓸 수 있는지부터 가리는 게 어떨까. 그래야만 어느 전직 대통령이 전방 부대인가 어딘가를 방문해 그 방명록에 일필휘지 한 말씀 사인을 남긴다는 게 그만 ‘자신감’의 ‘신(信)’자를 ‘身’자로 썼다는 그런 지적 수준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있고 어느 대통령이 어린이 날 TV에 출연해 어린 시절의 ‘도시락’ 대신 ‘벤토’ ‘벤토’를 연발했던 그런 교양 수준은 아닌지도 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든 꼴찌국이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 교양도 갖추고 유식할 필요가 있다. 책 권깨나 읽고 연구깨나 하고 사고깨나, 숙고깨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세 수능 과목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적어도 동서양 고전을 비롯해 세계 역사와 사상사, 문화사를 꿰뚫어 차고 있어야 하고 철학, 종교 등 상식 선을 넘는 지식 수준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적 프로파일(프로필)의 치명적인 결점인 ‘지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동물격을 훨씬 뛰어넘는 ‘인격’이 저절로 세워지고 그래야만 또 거짓말 모르고 반칙 안하고 꼼수 안두고 나라의 위상을 온통 천박한 저질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대통령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도 중요하다. 우리 대통령이라면 영어는 기본이고 지정학적으로 중국어와 일어 정도는 알고 있어야 그럴 듯해 보인다. 일본의 나카소네(中曾根) 총리가 ‘분게이순주(文藝春秋)’ 87년 12월호에 ‘총리 관저를 떠나는 회고문’을 썼다. 한데 필자의 상식으로는 현직 총리(수상)가 교양잡지에 글을 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내용이 더욱 놀라웠다. 그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때 소르본대학에서 펼친 전문적인 수준의 철학과 종교 강연도 강연이었지만 미테랑 대통령과의 엘리제궁 문화 토론이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는 파스칼의 ‘팡세’를 원어로 읽고 있다면서 그 주요 대목을 미테랑에게 줄줄 외워 보였다. 그런 나카소네에게 감탄한 미테랑은 또 어떤 사람이었던가. 저서만도 15권에다가 취침 전 책 50쪽을 읽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지성인이다. 저서라면 닉슨도 열 권을 넘는다.

문호로도 유명한 드골은 어떻고 노벨문학상의 처칠은 어떤가. 작년 11월 노동당 보궐선거 후보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서 내일(tomorrow)을 세 차례나 ‘toomorrow’로 잘못 썼다는 블레어 영국 총리나 독서는 지식인의 몫이라며 휴가 때마다 낚시와 스포츠나 즐겼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과는 흔해빠진 말로 차원이 다르다. 작년 4월 미국 방문 때 한시 한 수로 미국을 질타한 장쩌민(江澤民)도 그해 7월 모스크바 대학서 원어로 강연할 정도의 러시아어를 비롯해 영어, 일어, 프랑스어에다 루마니아어까지 구사할 정도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아니더라도 생김새도 봐야 한다. APEC이다 뭐다 그들 정상들과 나란히 섰을 때 아아 대~~한민국 우리 대~통령님이 창피할 정도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