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북한의 돌연한 핵개발프로그램 언급에 이어 계속되는 핵위협은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이은 미사일 발사까지 언급하는 북한의 돌출행동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유엔안보리는 이 문제에 대한 협의에 나선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염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북한핵 문제는 북-미 간의 양자간 분쟁에서 국제적 문제로 바뀌면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규탄받는 공동의 적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북한이 원하는 것인지 그들이 주장하는 벼랑끝 전술의 각본에 포함되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북한은 상식을 넘는 모험주의 환상에 빠져 무모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100만명의 군중이 모여 미국을 규탄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에 동조한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적과의 대결에서 배짱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불바다론을 주장하고 있다. 누구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들의 주장은 실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불바다론의 재등장은 우리의 안보를 깰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대결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은 의외로 조용하다. 물론 언론과 의회지도자들의 발언은 날로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그들의 모습은 일관되고 차분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 점에서 미국의 합리성과 실용주의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찬미(讚美)를 위한 것은 아니며 그들의 장점을 귀감으로 삼기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9·11테러 당시의 미국정부와 국민들의 위기 수습 국면을 지켜본 바가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 있는 미국민들이 위기에는 일치단결하고 스스로의 애국심에 불타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또 미 정부의 위기 수습의 조치들을 보면서 부러워 한 적도 있다. 차분하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테러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는 미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미국과 우리와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이성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세계를 설득하고 응징을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에다 국민 동의까지 받아내는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북핵문제도 이런 수순을 밟고 있다고 감히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사회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핵문제 해결에서부터 경제와 정치 등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가운데 북한의 위협은 실로 중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여중생 추모 집회로 촉발된 반미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한-미간의 갈등 요인이 발생하고 이에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으나 걱정이 없다. 여기에 위기감과 불확실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까지 가세하면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위기 극복에 강한 민족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안팎으로 수많은 고통을 받아 왔으나 반만년동안 그 고난의 가시밭길을 슬기로운 지혜로 헤쳐나온 민족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의 땀과 희생으로 역동성이 밑바탕을 이루며 새로운 비전과 희망이 있는 오늘을 일궈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런 결실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를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가 현재 안고 있는 모든 병폐와 갈등, 모순을 일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결정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때인 것같다. 미국민이 보여준 위기에 대한 일치단결과 애국심 등을 우리도 이젠 보여야 한다. <송인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