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부친 리친군(李進坤)옹은 아들이 나라의 제 1인자로 30여년간 재임하는 동안 친구와 함께 시내 상가에서 조그만 시계방을 운영했다.

아들 내외 및 손자 손녀들과 총리관저에서 함께 생활한 이 옹은 매일 아침 관저앞에서 버스편으로 가게에 나갔다. 1959년 아들이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된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하자 시계방에는 검은 돈 등 뇌물을 싸들고 각종 이권과 인사를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 옹은 이들에게 “억만금을 준다해도, 고급 시계 1천개를 팔아준다 해도 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절했고 뇌물, 검은 돈, 청탁 등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이 총리는 매주 청탁자와 청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한 후 모조리 구속, 엄벌하겠다고 선언, 청탁은 그날부터 근절됐다.

총리직을 고촉통(吳作棟) 총리에게 물려주고 원로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리콴유에 대해서는 '독재자'와 '싱가포르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공로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그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만들었다는데는 모두가 평가하고 있다.

1970년초 사업가인 닉슨대통령의 동생이 방한하자 정부의 고위층과 몇몇 재벌들이 혹시나 백악관과 선을 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속에 칙사대접하듯 환대하자 동생은 눈치를 채고 “나와 형이 하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잘라말해 우리측 인사들을 무안하게 했다.

선진국에서 권력자의 친인척 관리는 엄격하다. 만의 하나 권력의 위세를 빌려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언론·여론은 가차없이 채찍질을 한다. 카터 대통령의 동생이 리비아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클린턴의 배다른 동생이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떠벌리다 혼쭐이 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 친인척들에게 있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제들이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되어 재벌들로부터 이상한 모금을 했는가 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조카, 처남, 동서 등의 권력을 빙자한 위해행각 등은 국민을 심히 불쾌하게 했다.

14대 대선이 끝난지 10일후인 1992년 12월 29일 김영삼(YS)당선자는 친인척들을 상도동 자택으로 한자리에 불러놓고 “앞으로 뇌물을 싸들고 각종 청탁을 하려는 파리들이 몰려올 것이다. 단호히 거절해라. 만일 그런 것을 받고 이상한 짓을 했을 경우, 가차없이 구속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취임후 YS가 “단 1원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준수하는 동안, 둘째 아들은 검은돈 이권, 국정 관여 등에 발을 적셨다.

5년뒤인 1997년 12월 대선후 김대중(DJ)당선자는 친인척 관리에 대한 물음에 여러차례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언, 호언했으나 두 아들이 검은돈 이권으로 구속되고 청와대 고위 비서관과 직계 참모들이 줄줄이 법의 엄단을 받아 국민을 분노케했다.

특히 두 아들이 구속된 뒤 DJ는 “어느 기관 누구도 아들들의 비리를 얘기해 주지 않았다”며 자신은 “몰랐었다”는 식으로 말해 국민을 아연케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국세청, 검찰청 등의 인사와 관련된 구설수가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 네티즌, 야당 등은 '친인척의 인사개입이 아닌가', '노 대통령이 이권·인사개입을 할 경우 패가망신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측은 민정수석을 보내 건평씨를 만나 조사한후 “친인척들을 정밀 감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해프닝”으로 판단했다. 청와대는 이와함께 청탁자들에겐 불이익을 주는 한편, 대통령의 친인척들에 대해 현지 경찰의 상시 감시, 부패방지위와 검찰 등의 감시, 청와대 자체 감찰팀의 가동 등 3중 감시체제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로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해프닝이라면 다행한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는 한때나마 역대 권력자의 친인척들의 비리 망동 등이 혹시나 재연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안겨주어 씁쓸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이제 친인척들의 부정·비리에는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정권 초기에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가 나중에는 비리가 드러나고 사과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참여정부만은 제발 친인척들의 비리가 없는 정부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의 엄정한 친인척관리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