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不可思議)'라는 단어는 항상 사람들의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예외적인 것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불가사의의 어원은 본래 불교에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또는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피사의 사탑이 있다. 정상적이지 못하고 수직에서 10도 정도 기울어져 유명해진 이 탑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에 있어 관광으로만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불가사의는 사물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안전불감증 또한 불가사의한 문제다. 망각이 심해서일까? 항상 되풀이되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 채 잊기 십상이고, 소를 잃어버리면서 외양간을 버팀목 하나로 지지하는 허술한 수리를 하여 다시 소를 잃는 인간의 습성 또한 불가사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지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미뤄두기엔 너무도 엄청나 방치해둘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이 곳곳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1994년 10월21일 서울 성수대교 붕괴로 인한 32명 사망,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502명 사망, 1999년 6월30일 화성 씨랜드 화재로 유치원생 포함 25명 사망, 1999년 10월30일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로 55명 사망 등 후진국형 대형 참사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아픔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
사실상 매번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그에 맞는 대책과 대비 안을 내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며 유사한 비극을 다시 겪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왔다.
2003년 2월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무뎌진 우리로 하여 다시금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대구 지하철은 이미 8년 전에 가스폭발로 1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고 그 뒤에도 몇 차례의 사고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발생한 만큼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로운 정부 출범 불과 1주일을 앞두고 늦은 아침에 들려온 비보는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 '예고된 일이야' 등 자조의 탄식 속에 대형참사 발생이 결국 우리 사회의 불가사의한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것으로 귀결짓고 있다.
어이없는 대형 참사라는 결론에 비해 그 원인이 너무도 조그마한 하찮은 과실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마다 하필 그때의 우연을 탓하며 순간만 조심했으면 됐을 터인데를 되뇌는 이것이 오늘날 안전대책의 방심과 함께 방편이 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해본다.
그동안 정부는 냄비근성에 비유되는 여론에 힘입어(?) 사건 뒤 국민에게 약속했던 각종 재해재난의 재발방지와 걸맞는 시스템 구축 등 해결의지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안일한 점검을 해왔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실상 오늘날까지도 대형사고에 대한 수습대책이 미흡하기 그지 없다. 일단 사건만 나면 의혹을 받는 사고축소, 실패한 현장보존, 사실연구에 의한 예방학습효과의 소홀함 등을 들 수 있다.
안전불감증이 우리 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나 그에 따른 사회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대안과 대책마련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 모든것이 잘 발달된 국가공동체의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재난관리청을 신설하고 총리실 산하에 중앙 재난관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고 또한 “그동안 군사나 안보 측면만 강조돼왔던 국가안보인식을 대형참사에 대해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무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대형 사건·사고를 바라만 봐야 했던 국민 대부분은 자신들도 모르게 불안장애증후군을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고식적 안전관리방식을 버리고 훈련과 학습을 통한 집단 위기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
관계부처간 종합 네트워크를 개선해 획기적이며 안심할 수 있는 선진국형 안전구조로 전환하자. 영원한 불가사의란 없다. 안전 불감증 또한 예외일 수 없듯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병폐가 송두리째 뽑히길 바란다./윤인철(논설위원)
안전 불감증과 불가사의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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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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