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지구촌 지구도시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은 9·11 미국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었고 2003년 지구 행성에서 가장 고명한 사람은 단연 사담 후세인이다. 역사상 가장 몸값 비싼 사람 역시 그들이다.
2001년 10월7일 아프간 전쟁 개시와 함께 빈 라덴 체포에 내건 현상금은 2천500만달러(약 300억원)였고 지난 1일 체포된 그들 테러 조직의 제3인자 모하메드 검거 제보자에게 주는 보상금만도 2천700만달러(약 325억원)다. 그러니 제1인자 빈 라덴 체포에 제보를 했더라면 650억원쯤은 받을 것이다. 아니, 그를 잡기 위해 벌인 아프간 전쟁 비용 600억달러(약 72조원) 전부가 빈 라덴의 몸값이 아니고 무엇인가.
후세인의 몸값은 더욱 드높다. 91년 걸프전에 이은 이번 전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91년 개전 첫날 5억달러(약 6천억원)의 전비(戰費)를 들이부었듯이 이번 전쟁 첫날인 지난 20일 역시 5억달러를 중동 사막 거친 바람 속에 쏟아 부었다.
지난달 15일 뉴욕타임스가 예상한 이번 전쟁 비용은 물경 6천800억달러(약 820조원)다. 그러니까 두 차례에 걸친 그 어마어마한 전비가 모두 후세인 한 사람을 잡기 위한 돈, 바꿔 말해 그의 몸값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데 이런 저질적인 놀라움을 뚫고 솟구치는 두 갈래 궁금증이 있다. 먼저 미국 쪽이다. 그들은 과연 '악독한 독재자 후세인 제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량 살상무기 제거' 등 겉으로 내세우는 다섯 가지 명분과 오직 그 대의(大義)만을 위해 그렇게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자유의 방패 작전'이니 '충격과 공포'니 해 가며 저토록 생때같은 수많은 청춘들을 저승으로 보낼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고 '오일을 위한 전쟁은 안된다'는 저 숱한 전 세계 반전 외침처럼 꿍꿍이 실리를 취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치더라도 저토록 어마어마한 전쟁비용을 결산하고도 떼돈이 남을 만큼 반대급부를 챙길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후세인 쪽은 어떤가. “당신 한 사람만 이라크를 떠나 주면 전쟁은 없다”는 미국의 제의는 물론 사우디, 바레인 등 주변국들의 간절한 권유와 편의 제공 약속에도 불구하고 훌쩍 망명길에 오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91년엔 '모든 전쟁의 어머니'라고 했다가 이번엔 '최후의 전쟁' 운운하며 숱한 아라비안의 희생을 부르고 아랍 문명의 보고(寶庫)인 그 곳을 폐허로 만드는 등 엄청난 전쟁 대가를 치르며 감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하드(聖戰)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 알라 신과 함께 진정 국민을 아낀다면 떠나야 할 게 아닌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2월27일 발표한 '독재자들의 재산'을 보면 후세인이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로 단연 톱이다. 혹시 그 재산 처리 때문은 아닐까.
빈농의 유복자로 출생, 성적이 나빠 육사에 가지 못한 그는 외사촌 여동생과 결혼한 뒤 암살단 요원으로 활약했고 경마로 정치자금을 마련, 정계에 진출했다. 3명의 부인과 6명의 정부를 둔 그는 “비아그라를 애용하고 영화 '대부'를 즐겨 보며 병균 감염이 두려워 자기 뺨에 키스도 못하게 하는 인물”이라는 게 30년간 함께 살아온 람프소스 부인의 증언이다.
그런 후세인이 자신을 1187년 십자군을 격파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에 비유하는 것쯤은 약과다. 스스로를 기원전 18세기 분열된 바빌로니아를 통일, 제국을 건설한 영웅 함무라비 왕이나 기원전 7세기 무너진 바빌로니아를 재통일한 느부갓네살 왕에 비견되는 인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대망상의 편집광(偏執狂)적인 후세인을 91년 전쟁 당시 미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들은 “삼손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티그리스 강변의 망상가(妄想家)”라고 진단한다. 삼손이라면 블레셋 석조 사원을 맨손으로 무너뜨린 천하장사지만 결국 그 무너지는 돌 더미에 적들과 함께 깔려 죽고 만다는 구약성서 속 인물이 아닌가. 그런 후세인은 작년 신임 투표에서 100%(1천145만표)의 찬성표를 던진 이라크 국민이 만든다.
하버드대 정치심리학자 허버트 켈먼은 “역사란 한 인물의 국가적 또는 세계적 개인화(個人化)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전쟁이란 꼭지가 확 돌아버린 한 개인의 욕구와 화풀이에 의해 얼마든지 발발할 수 있고 그런 전쟁광(戰爭狂)으로 인해 국가도 세계도 더불어 폭삭 망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소리다.
전제 군주 시대엔 흔히 그래왔다. 그런데 요즘도 그런 독재자가 건재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참기 어려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한 나라가 개인화할 수 있고 전 세계가 개인화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인가. 제2, 제3의 이라크 전쟁 모형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오동환(논설위원)
삼손 콤플렉스와 후세인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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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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