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가 따로 없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서도 언제 어디를 가나 종일 차량이 홍수를 이뤄 교통체증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교통질서마저 난장판이다. 자동차들이 빨간 불이 켜져도 그냥 달리고 파란 불이 켜지기 전에 출발하여 교차로는 뒤엉킨 차량들로 통행이 마비되어 버린다. 횡단보도에도 차량들이 버젓이 차지하여 보행자는 이리저리 피하다 보면 길을 반도 못 건넜는데 빨간 불이 켜진다. 보도는 주차장으로 변해 지나다닐 틈도 없다.

교통질서가 엉망인 데도 단속의 손길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차량은 넘쳐 나는데 교통질서는 실종돼 시민의 사회생활이 날로 더 불편해진다. 무질서가 교통체증을 더욱 가중시켜 이제는 불편의 차원을 넘어섰다. 물류비용의 증가는 막대한 국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정부 차원에서 어떤 교통정책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무대책-무대응으로 일관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어도 교통대책에 관한 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언론도 다를 바 없다. 반복성 기사로 아는지 교통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나라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한 느낌이다. 어딜 가나 인도의 절반쯤은 자동차 차지이고 어떤 곳은 아예 사람들이 차도로 다녀야 한다. 인근 빌딩이 인도를 주차장 주인처럼 쓰면서 큰소리까지 친다. 골목도 주차장으로 변해 소방도로고 뭐고 없다. 이리 저리 차를 피해 가느라고 애를 먹는데 비키라고 뒤에서 경적을 울려 깜짝 깜짝 놀란다. 보행자의 권리는커녕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이다. 비단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도 실정은 비슷하다. 농로에까지 차를 세워 시비가 날로 잦아진다. 도대체 이런 엉터리 나라가 세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1981년 1월 서울의 자가용 승용차 대수가 10만대를 돌파했다. 지금 생각하면 요순 시절 같건만 그 때도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하다며 통과세 부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1992년 4월 100만대를 돌파했고 지금은 200만대가 넘는다.

어쨌든 1990년대 들어 차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12월 전국의 차량대수는 200만대였는데 최근에는 그것의 7배인 1천400만대로 늘어났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차량증가에 따라 국민생활이 얼마나 불편해졌는지 계량적으로 입증하는 숫자이다. 그런데 교통정책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부재상태다.

도로확장을 통해 단기간 내에 교통체증을 완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원조달, 토지수용, 도로건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그 같은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차선책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한다. 차량의 소유와 운행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난폭운전, 과속운전, 차선위반, 불법주차, 무단주차 등 교통법규 위반을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하여 교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차량의 흐름만 바로잡아도 교통소통이 상당히 원활해질 것이다. 교통경찰은 함정단속에 눈이 멀고 운전자는 돈을 불법운행의 통행증으로 알아서는 교통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다. 무정부상태에 이른 교통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국가기능이 마비된다.

도시지역에서 자동차 1대가 소요하는 토지공간은 5인가족이 사용하는 토지소요면적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의 정상운행을 위해서는 도로, 주차장, 주유소, 정비소, 폐차장 등 차량의 소유와 운행에서 그만한 토지공간의 소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정은 어떤가. 전국 차량대수의 절반가량이 전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또 그 절반이 전 국토의 점유비율이 0.6%에 불과한 서울에 밀집해 있다. 그러니 교통지옥이니 주차전쟁이니 하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래도 난장판 같은 교통질서라도 바로잡으면 교통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교통체증에 비례하여 운행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연료소비는 물론이고 온 국민이 거리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이 얼마나 엄청난 국력낭비인가. 세계는 1일 생활권의 지구촌으로 변해 가는데 이 나라는 거꾸로 전국이 2일 생활권으로 되돌아 간다. 교통체증의 전국화 현상으로 매연배출도 엄청나다. 대기오염으로 질식할 것 같다.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질서가 실종된 교통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신적 건강을 엄청나게 해친다.
/김영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