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갈등이 갈수록 꼬인다.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 이후 빚어진 교장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간의 대립과 반목이 교육인적자원부까지 가세되며 자칫 교육주체들 사이에 정면 충돌의 위기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에 반대해 온 전교조는 강경투쟁을 선언, 6일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이달중 조합원이 참여하는 연가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반면 이에 맞서 전국 교장단도 11일 예정대로 전교조 반대집회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이처럼 대화와 타협이 멀어져만 가는듯한 분위기를 두고 '교육계의 5월 대충돌'로 비유되는 초유의 현 교육사태를 바라보는 전국 학부형, 학생들은 그야말로 괴로움의 연속이 아닐수 없다.

이번 사건은 충남초교에서 한 기간제 교사가 처우의 부당성을 알리는 항변이 발단이 되었다. 교사 직분에 맞지 않은 차 시중을 시켰다는 사건이 일파만파되자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교장이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교육계는 걷잡을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진위를 떠나 사건 자체는 결과에 비해 여간 애처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원인규명과 대책을 찾고 다시는 이런 엉뚱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하는 교육 주체들이 본질은 외면한 채 변질되어 극한적 기 싸움의 대립양상으로 번져가는데 있다.

처음에는 서로가 교장의 죽음앞에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교단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고 치유해 보겠다며 대화의 광장으로 조심스럽게 나섰던 이들이다. 이것이 시간이 갈수록 본말이 전도되고 서로의 또다른 입장만 확대 재생산, 불신의 폭이 증폭되면서 대화는 단절된 채 맞받아치기식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마치 빌미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극한으로 치닫는 양쪽의 위협과 고압적 대응자세는 당위성을 넘어 안하무인격이다. 2세를 가르쳐 이 나라 백년대계를 꿈꾸는 교육이 돼야 할 교육현장은 학생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이 돼야 한다는 각 단체의 주장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생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을 우리는 높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참교육의 미명아래 어느 순간부터 학교가 찢기고 갈라져 교사들의 반목과 교장, 교육계의 이전투구를 학생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장외서 싸움박질이나 하는 내용이 결국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수준이라면 자라는 어린 아이들에게 교육자는 무엇이라고 답할는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지난날 학생들이 떼지어 수업을 거부하며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 교복을 폐지해 달라는 주장을 하며 한때 교정을 박차고 나온 때도 있었다. 이제는 선생들과 지엄한 교장선생이 수업을 거부 또는 단체로 거리에 나서겠다고 하니 웃지 못할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대화가 안통한다고 선생들이 단식운운하며 목숨을 걸고 집단행동을 택하다니.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는다는 말이 가슴을 찌른다. 시대가 변했고 타당치 않은 말이라고 하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설사 선생을 알아주지 않는 세태라 한들 시선과 상관없는 직분이 바로 선생님인 것은 바뀔 수 없는 도리인 것이다.

어느 대학 1학년생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습관적으로 교수를 선생님하고 부르자 교수 왈 “나는 선생이 아니다. 선생은 너희들을 책임지고 사랑으로 돌봐줄지 모르지만 난 대학생인 너희들에게 주어진 지식만을 알려주는 교수지 그 이상 그 이하의 책임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대학의 첫인상을 살벌하다고 표현했다.

청소년의 달이며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포함한 눈부신 5월에 학생들을 앞에 두고 교육 주체가 끝없는 힘으로 대치를 한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도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교육당국, 교장협의회, 전교조는 이제 무엇이 우선 되어야 하는지를 되돌아 봐야 할 시점에 와있다. 전교조의 주장처럼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시행하며 보완을 하고 연로한 교장들은 대립각을 세운 장외집회를 철회하여야 한다. 교육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서로 감정을 격화시켜 학생을 볼모로 이기주의에 부합시키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윤인철(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