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만세 만만세' 소리가 날로 높아지나 보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골프장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단다. 그러다 보니 그 무서운 사스 바람이 몰아친다는 곳으로 비행기에 골프채를 싣고 나들이 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참모진을 대동하고 골프를 쳤다고 해서 화제다. 서민 대통령답지 않게 골프를 쳤다고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비진작을 위해 골프채를 들었다는 후문 때문이다. 대통령이 골프를 친다고 경기가 좋아진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골프장은 이미 만원이라는데 말이다.

노 대통령이 골프를 즐긴 데 이어 골프장 면적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군·구별로 건설, 운영할 수 있는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앤다고 한다. 또 스키장 부지가 전체 슬로프 면적의 20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폐지했다. 갑자기 산림훼손을 허용하는 정책이 나온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고 한다.

경기도에만 100개 이상의 골프장이 더 들어설 판이다. 그런데 군사보호지역, 개발제한구역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5∼40개를 새로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장 1개를 건설하면 800억∼1천억원의 투자효과와 함께 50억∼90억원의 세수증대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재경부는 국세청이 추진하던 골프장 및 룸살롱 등 이른바 향락성 접대비에 대한 손비처리 불허방침을 뒤집었다. 소비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골프장은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한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전국에 골프장이 210개인데 그 중에 절반에 가까운 102개가 경기도에 밀집해 있다. 여기에다 건설계획중인 골프장이 3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면적규제를 풀기만 하면 경기도 곳곳에서는 산허리를 잘라내고 산중턱을 깎아내는 굉음이 요란할 듯하다.

경기도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1%나 된다. 전국비율 0.2%와 비교하면 5배나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40여개를 더 짓는다면 그 비율은 1.5%에 이를 것이다. 골프장이 많다는 일본의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경기도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산간마다 움푹 움푹 산림을 파먹어 그 몰골이 흉한데 몇 년이 지나면 더 흉측해질 모양이다.

골프장은 이 땅의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는다. 골프장은 원래 영국에서 생긴 운동이다. 평지가 많고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하며 비가 2∼3일마다 와서 잔디가 늘 푸르기 때문이다. 이 땅은 어떤가. 국토의 70%가 산지라 경사가 급하고 유로(流路)가 짧다.

산림지대의 토질은 거의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복토가 얇다보니 나무가 자라기 어려워 보수력(保水力)이 약하다. 그 까닭에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고 홍수가 난다. 그런데 골프장을 짓는다고 산림을 마구 훼손하니 수해피해는 날로 늘어나고 지하수가 고갈된다. 잔디가 자라지 않으니 비료와 농약을 마구 뿌려 농지와 수질을 오염시킨다.

수도권은 전국토의 11.8%에 불과한데 인구는 47%나 몰려 산다. 땅은 좁은데 사람은 많으니 어디를 가나 논밭을 뒤집고 산을 헐어냈다 하면 아파트가 들어선다. 여기저기에 공장을 짓는다고 산을 통째로 깎아내고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여기에다 김대중 정권이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하여 수도권 도시에 남은 마지막 녹지마저 사라질 판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골프장을 더 짓는다고 산을 밀어내고 울창한 산림을 송두리째 깎아낼 기세다.

골프장 건설이 부분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한국 낭자군(娘子軍)이 세계정상을 제패한다는 잇따른 낭보가 골프를 보는 시각을 바꿔 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형차를 타고 가면 사람대접조차 못 받을 만큼 대중과 거리가 먼 것도 현실이다.

몇 사람 즐기자고 산하를 헐어내고 깎아내도 좋은가? 자연파괴는 재앙을 불러온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독재시절의 '입산금지', '산림녹화'라는 푯말이 그리워지니 웬일인지 모르겠다./김영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