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소녀가 세상에 태어난지 11년만에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 갔다.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기성인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불행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작금의 세태를 되돌아 보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의 사이버 세계가 빚어낸 이번 폐해를 보며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하는 컴퓨터는 과연 우리 자식들의 인생을 어떤 세계로 끌고 갈지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 우리 모두는 컴퓨터가 인간에게 미치는 환상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한 아이들 교육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어린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결국 헤어나지 못한 채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물론 아이에게는 천문학적 숫자지만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터넷 상술에 한(?)을 품고- 이땅에서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불렀다. 1주일전 수원에 사는 초등학생인 K양이 인터넷 유료 콘텐츠를 사용해 오다 급기야 엄청난 이용 부과 요금을 두고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뒤 자신의 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참으로 불행한 소식이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여지가 항상 도사린 사회 현상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못된다는데서 한 아이의 죽음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인터넷의 아바타 게임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지경에 이르렀는가.
최근 어린이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에게까지 광범위 하게 퍼지고 있는 아바타는 사이버상에서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 정도로 인식하면 무리가 없을 듯 싶다. 문제는 대리만족의 캐릭터를 엔간히 두고 보는것 만이 아닌 행복하게 해주는데 있다. 가상의 나를 위해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옷이며 액세서리, 이 모든 것이 수백원에서 수천원까지 유료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처음에 접하는 경우는 소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게임에 푹빠져 있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돈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아예 무시한다는데 원인이 발생한다. 더욱이 유료임을 알아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부 인터넷 업체들의 결제방식이 마음만 먹으면 유선전화를 이용한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허점 때문이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반면 기술적으로 부모의 동의를 받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게임에 젖어드는 원인중 하나는 콘텐츠 제공 업체가 아바타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며 유행을 따라 환경을 갈아대는데 그 비용이 소위 말하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K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아바타 아이템 구매에 150여만원을 사용했고 그후로도 중독성을 이기지 못해 또다시 20만원을 사용하다 결국 야단맞고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결제방법은 두말할것 없이 전화를 이용한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였다.
학교등 주변에 따르면 K양은 평소에 착실한 아이로 말썽을 몰랐다고 한다. 따라서 드러나지 않는 피해의 심각성은 말이 필요없다는 방증이다. K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게임이 사이버 중독으로 번졌을 심증이 높다. 어린이들의 인터넷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연령대도 저학년으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이들이 나홀로 접속하는 인터넷 환경은 분명 열악할 수밖에 없으며 많은 유해 사이트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중·고생들보다 인터넷 중독 정도가 더 심하며, 초등학생의 5% 정도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착각하는 중증 중독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프로그램’(K척도)을 통해 국내 초·중·고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진단한 결과, 초등학생의 약 5%, 중·고생의 4.2%가 중독 증세가 심각한 ‘고위험 사용자’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사용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만 친구를 사귀고 현실생활 속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듯한 착각의 혼란으로 현실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무리한 판단을 불러온다. 성인은 카드부도, 어린이는 유해사이트 부도. 이 사회는 위기의 병리현상을 치유할 대책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 인생인가./윤인철(논설위원)
어린이가 자살하는 세상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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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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