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에 대해 다시 몇 자 적어본다. 그만큼 요즘 화두는 신용카드가 압도적이고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먼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하는 편리한 수단이다. 우리 나라는 매년 200조원씩 신용카드사용액이 증가할 정도로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용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유발된다. 은행대출은 물론 통장개설도 안되고 취업도 쉽지 않으며, 심지어 결혼마저 지장을 받게 된다. 현재 315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대부분이 신용카드 사용액 연체로 빚어진 결과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의든 과실이든 신용카드 사용액을 연체하여 신용불량자로 전락되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나마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차후 불행을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 과도한 재산을 최대한 처분하여 채무를 줄여 나가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나 주택 등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가능한 빨리 처분하여 채무를 상환한다. 물론 이런 것까지 처분하지 않고 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많은 연체자들이 의외로 재산처분을 주저하다가 빚만 더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둘째, 카드깡이나 사채로 채무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것처럼 하고, 실제로는 물건이 아닌 현금을 판매업자로부터 받는 것이다. 이때, 판매업자는 선이자와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미리 떼어간다. 뿐만 아니라 돈 갚을 날짜를 하루라도 어기면 비싼 이자를 붙여 결국 악성채무를 안기고 만다. 카드깡으로 800만원을 빌렸다가 2년 만에 빚이 3천만원으로 불어난 사례도 있다.
이런 식으로 카드연체를 해결할 요량이면 차라리 신용불량자로 남는 것이 낫다. 카드 사용대금을 연체하다 보면 각종 독촉에 시달리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할수록 금융기관에서 이자면제 또는 원금 일부탕감과 같은 구제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채나 카드깡과 같은 것을 이용하면 어떤 구제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셋째, 해당금융사에 가서 성실하게 협의를 해본다. 부득불 카드연체를 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해서 낙심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용회복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돈보다 사람의 성실성이 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대환대출이나 장기분할변제와 같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빚을 갚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실천해야 한다.
끝으로 연체금 회수독촉전화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한다. 사실 독촉을 받고 괴롭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본인이 금융기관을 속인 사실이 없고 부득불 연체를 하게 되었다면, 상대방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는 으름장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또 심야시간대인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독촉전화를 못하도록 되어 있다. 만일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오면 소비자단체 등에 고발하도록 한다. 독촉전화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침착하게 채무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한번쯤 실수할 수도 있다. 카드연체도 그와 같은 실수의 한 형태이다. 그러나 실수는 교훈으로 끝나야지 인생 파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수를 범할 때,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정상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고 성공적인 인생을 가꾸는 길은 무엇보다 본인의 눈물겨운 노력과 성실함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권원기(신흥대교수·소비자연맹 경기지회장)
[소비자칼럼]신용카드 연체자에 대한 조언
입력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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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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