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8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노예해방 100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행진에서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어느날 조지아주에서 미시시피주와 앨라배마주에 이르기 까지 옛날 노예의 아들들이 옛노예주인의 아들들과 현재처럼 살게 되는 꿈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어느 백인어린이가 흑인어린이와 형제자매처럼 손을 잡는 꿈입니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오늘날 까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같은 연설은 흑인은 물론 백인들까지 울린 명연설로 기록되고 있으며 미국인들에게 인종차별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든 꿈이 있다. 그리고 종류도 세상사는 일만큼이나 많으며 크고 작음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가졌던 꿈도 소박해지거나 없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꿈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름답고 좋은 꿈이 실현되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해도 꿈을 향해 노력했다는데서 마음의 행복을 찾는 것이 인간이다.

공무원의 꿈은 장관, 샐러리맨의 꿈은 사장이라고 단순화 한다면 정치인의 꿈은 무엇일까. 아마 대통령일 것이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두 대통령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가져봤던 꿈일게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커져가는 것이기도 하고. 최근 그 꿈에 대한 포부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정식으로 언급했다고 해서 중앙과 지방정가의 관심을 샀다.

2007년 12월 대선(大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야당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 피력한 것이어서 관심의 폭도 컸다. 어떤이는 '성급함'을, 어떤이는 '솔직함과 당연함'을 자질과 비교해 평가하기도 했지만 요즘같은 어지러운 정국속에서 손 지사가 던진 출사표(出師表)는 작은 파문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촉(蜀)나라의 재상 제갈량이 위(魏)나라 토벌을 위해 출진하기 전 황제에게 바친 글로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제갈량의 진정(眞情)이 담긴 고금동서의 명문 출사표처럼 손 지사가 국민에게 던진 출사표에도 이같은 진정이 담겨있는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꿈이 이루진다는 것은 그 꿈을 소중히 가꾸어나갈때 만이 가능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는 꿈은 언젠가 깨지게 마련이며 순수함을 넘어선 헛된 꿈을 무리하게 이루려다 그 부작용과 폐해로 슬픈 좌절과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정치인의 꿈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진정한 직선제라 평가받고 있는 13대 대통령선거부터 16대 대통령선거까지 대권도전에 나섰던 수많은 정치인중 일부 정치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행태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때 기대를 걸었던 인물들마저 이전투구로 만신창이가 된 채 난장판에 휩쓸려 떠내려가며 영원히 헤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손 지사의 대권의지 피력에 관심을 갖고 행보에 대해 주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 방안에서 우산을 받고 살았다는 조선조 어느 영의정을 청렴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온 우리의 문화전통은 지도자에게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몸 바치겠다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 대해 철저한 사전검증이 지나치다 못해 흠집내기식 폭로로 이어졌던 부끄러운 자화상을 갖고 있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지사가 4년 넘게 남겨놓은 차기 대권도전의사를 밝힌 것은 먼 장래를 내다보는 깊은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지나 아무래도 순탄함을 점치기엔 무리가 따른다.

손 지사의 꿈이 결과에 눈멀어 비몽사몽간 지리멸렬하는 춘몽으로 남을 것인지, 당랑거철(螳螂拒轍)로 끝날지 여부는 5년동안 손지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들은 누가 다음번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떻게 꿈을 이루어 왔는가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준성(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