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들 마음은 꽤 무겁고 혼란스럽다. 불법 대선자금으로 촉발된 검찰의 정치권 수사는 그렇다치더라도 날로 악화되는 경기침체는 우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한다. 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것이 없으며 갈수록 헷갈리고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혹자들은 불확실성이 증대해 한치앞은 커녕 앞날을 예측하거나 계획을 세울 수 없어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심지어 나라의 위난(危難)까지 걱정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총선을 앞둔 정치의 혼란, 사회의 파편화와 불신, 외환위기보다도 더 극심하다는 민생·경제의 피폐화 속에 우리는 현 상황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우리 사회와 국민을 괴롭히는 것은 정치의 표류에서 비롯된다.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파워게임으로 우리 국민들은 모두 기진맥진하고 있다. 대선불법자금과 의원들 개인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른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민생의 표류는 우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적인 파워게임 현상으로 까지 비춰지는 작금의 사태는 모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기에 충분하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듯이 비리로 얼룩진 정치권, 국정을 돌보지 않는 극한대치와 상극의 정쟁, 측근비리로 인한 현 정권의 도덕성 상실과 집권 1년이 정권말과도 같은 레임덕 현상 등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념적인 혼선은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든다. 코드인사와 아마추어리즘이 중합되어 빚는 국정의 난맥상, 정책혼선 역시 위기의 진원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경기침체, 특히 내수경기 불황은 경제기반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소비 위축 현상은 연중 가장 큰 소비기라 할 수 있는 설 특수마저 실종시켰으며 당분간 소비 회복을 기대조차 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내수가 무력증에 빠지면서 ‘고용없는 성장’으로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실업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의 급등은 철강과 같은 중간재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르는 각종 소비재 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조류 독감과 광우병의 발발은 작년의 사스에 대한 악몽을 되살림으로써 경제 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경제를 더욱 조이는 것은 노사문제와 양극화, 빈부격차등 사회 갈등 구조의 고착화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농경·산업·정보화 세대가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식과 문화의 세대차, 산업간 경기 양극화, 계층간 지역간 소득 격차 현상이 우리 사회에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을 낳고 있다. 이런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고 불협화음이 증폭되면서 공멸의 위기감까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가족 동반 자살과 가출, 자녀 및 노약자 방치 등 가족 공동체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는 등 비일비재하다. 실직으로 생계 수단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신용카드 빚은 늘어만 가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신빈곤 현상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마음 편하고 윤택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를 살려야 하며 이런 것들은 바로 위정자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더욱 갈등을 증폭시키고 화합과 조화를 이루는데 소홀하며 자파의 이익에만 급급하다. 더 이상 이런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대 화합의 종을 울려야 한다. 그리고 재도약을 위한 분발이 필요하다. 이젠 국민을 볼모로 하는 정치권의 파워게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이 헐벗는다면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 모두 새롭게 출발하자. /송인호(정치부장)
대화합의 종을 울려보자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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