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라는 말엔 두 가지 뜻이 있다. '철, 구리, 아연, 니켈, 석탄, 금, 은 등 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광맥'이라는 뜻과 '노다지 웃고 있다'고 할 때의 '언제나' '늘'의 속어다. 영어로는 bonanza지만 중국어나 일어에는 없는 말이니까 따라서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어야 할 게 '노다지'다. 노다지 중에서도 민요 가수 김용만이 노래한 '노다지 /노다지/ 금 노다지…노다지를 캐러…'의 그 금 노다지가 으뜸이고 돈벼락으로는 단연 최고다. 그러니까 쏟아지는 '금 노다지에 노다지 벌쭉벌쭉 웃고 있다'는 표현이야말로 제격이다.

요즘 이런 표현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라면 누가 있을까. 차떼기로 뇌물을 그러모은 정치인들과 또 한 사람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사돈 민경찬씨가 아닐까. 그는 투자 자문회사 설립 두 달만에 무려 653억원의 노다지를 캤다. 회사 등록도 하기 전에, 계약서도 없이 653억원의 노다지가 쏟아져 들어올 때 그는 얼마나 신이 났고 노다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다스리기에 얼마나 애를 썼을까. 도대체 10억 이상의 거금을 계약서도 없이 건넨 그들 47명은 누구누구일까도 궁금하지만 노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사돈도 그 정도였는데 노 대통령의 사돈이 몸소 그랬다면 얼마만한 노다지가 밀려들었을까는 더욱 더 못 참도록 궁금하다. 아마 단숨에 천억대는 돌파하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653억원 노다지의 노림 수는 불문가지(不問可知)에다 조금도 침침하지 않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바로 노건평씨라는 후광(後光)이고 그보다는 더욱 뚜렷하게 큰 노무현대통령이라는 배광(背光)이 아니겠는가. 그 후광과 배광이 '10억 올인'의 몇 배, 몇 십배의 이권을 되돌려 주리라는 철석같은 믿음 때문이다. 그런 불순한 신앙에 웜업의 입김을 불어넣고 파워와 동력을 약여(躍如)히 발휘하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드라마 제5편이 '전→노→김→김'편에 이어 펼쳐진다면 얼마나 가관이고 흥미진진할 것인가. 이 참고 또 참아 웃지도 못할 3류 드라마 같은 게 아직도 대한민국 '배우' 수준이고 관객 수준이다.

그런데 실소를 금치 못할 '노다지'설은 또 있다. 노대통령의 며느리 배정민씨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고백한 신생아 이름 '노다지'건이다. 노대통령은 출생한 손녀딸 이름을 '노다지' 또는 '노생금(盧生金)'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의해 며느리 배씨를 몹시 당황하게 했다는 게 아닌가. 노대통령은 대관절 '머시기'를 연상하며 손녀딸 이름으로 '노다지'를 제의했던 것일까.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부자가 되라는 염원에서였을까. 설마 차떼기니 뭐니 하는 노다지와 민경찬씨 노다지를 떠올렸던 건 아닐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실업(實業)이 아닌 실업(失業)사태, 경제 불황에다 정치 부재, 안보 불안의 3불(不)시대가 아닌가. 국민의 희망은 여지없이 말라붙고 국가적인 시계(視界)는 아예 제로다. 도대체 이 한심한 국운이 어느 쪽으로 냅다 기울다가 어느 구렁텅이에 어떻게 처박힐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싸움판에다 다가올 총선에만 눈이 벌겋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창피한 수준의 나라로만 주저앉아 뭉개고 있어야 하는가. 노다지 비리를 막을 해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투명하고도 타이트한 선거법 등 제도적인 개혁도 개혁이지만 파울에 대한 벌칙 강화도 중요하다. 베이징(北京) 인민법원은 2000년 9월14일 뇌물사건에 연루된 청커제(成克杰) 전 인민대표대회 상무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의 사형을 집행했다. 뇌물 4천여만위안(약 56억원)이면 국회부의장 급도 단연 사형 감이라는 본때를 보인 것이다. 그런 데드 페널티(Death penalty, 死罰) 제도를 우리도 당장 도입하면 어떨까.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