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그 말많던 17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하는 날이며 모래 새벽이면 이번 총선의 향방이 나타난다. 국민이 생각하는 뜻이 어디에 있는지 또한 무엇을 바라는지 분명해 질 것이다. 각 대학마다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어 한표 행사하기를 적극 독려했으며 군이 함상에서 또는 부대내에서 행한 참정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뜨거웠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정황으로 봐서는 투표를 안하는 사람은 주변 눈초리에서 구제받기가 어려울듯한 상황과 분위기의 연속이다.
 
일제가 패망한 8·15 이후 우리나라 국민이 처음으로 치렀던 선거는 1948년 5월 10일에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선거다. 5·10 총선거는 이 땅에서 서구식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에 의해 실시된 최초의 선거였으며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민주정치에 관한 아무런 경험과 식견없이도 별다른 말썽 없이 무난하게 치러냈다. 그로부터 이 땅에서는 16번의 총선과 15번의 대선이 잇달아 실시돼 왔고 선거에 관한 본질은 변함 없으되 우리의 인식과 외양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전후무후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너무도 큰 혼란속에 지역일꾼을 뽑는 총선을 치르고 있다. 총선은 대표 선출의 한 과정으로 각 후보자나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의 선택이며 동시에 정당이나 정치가가 해 온 일에 대한 심판의 기회이다. 또한 정치에 대한 민의의 어긋남을 바로잡는 기회임이 분명한 절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도처의 선거풍토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쑥밭이 된 정치판이 갈피를 못잡고 나아가 국민은 크나큰 국가적 이슈에 가려져 지방의 입후보자 자체를 가늠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 기회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채 여론 쏠림에 따라 민주대 반민주, 탄핵대 반탄핵, 보수대 진보의 극한적 대결로 치닫고 있어 총선의 의미와 무게가 쏙 빠져버린 행태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누가 우리 고장을 대표로 출마하고 있으며 무엇을 관철하기 위해 나왔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중앙당 이미지만 존재하고 지역 출마자의 얼굴이 없다는 말로 유권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선거법 위반자가 속출해 12일 현재 경기도 선관위에 적발된 위반행위만 해도 710건에 전국적으로는 3천여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총선후 무더기의 재·보선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 선거철만 되면 선거법 위반으로 사직당국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다르기를 기대했고 '선거범죄 포상금 최고 5천만원 지불 및 금품, 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는 50배 과태료 부가' 라는 강화된 선거법이 확실히 차단하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최초의 국회의원총선거가 실시된지 56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본질적인 문제를 비껴간 고무신에서부터 시작된 금권선거가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 금권에 관한한 혹시나 조용할까 싶었던 이번도 예전의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상실감이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갔다. 몇 푼의 돈, 학연 또는 지연에 얽매이지 말고 어리석은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에서 갈등하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조금 더 나은 시대를 마련해줄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후보 개개인들의 공정한 검증을 통한 선택으로 저질 정치와 부도덕하고 불성실한 정치인을 심판하는데 한표를 던지자. 친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 친지들과도 나누기 힘들었던 한때의 세대간, 계층간 갈등은 이번 총선을 통해 말끔히 치유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분열의 분화구를 치유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의 4·15 선거는 차분한 마음으로 치르자. 참다운 권리를 위한 판단과 선택은 현명한 유권자들의 몫인 것이다. /윤인철(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