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야, 저 사람들 왜 저렇게 시위를 하는 거냐? 글쎄요, 세계경제포럼이라고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화에 대해 의논을 하는 자리가 서울에서 열렸대요.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화 반대 시위를 벌이는 거래요. 세계 거물들이 다 모였어? 그건 아닌가봐요. 요번 회의는 동아시아 사람들 위주라지요, 아마.
 
그런데, 도대체 세계화라는 게 뭐냐? 세계화, 세계화 듣기는 많이 들었다만, 난 도통 무슨 소린지 못알아 먹겠더라. 많이 배운 니가 설명 좀 해봐라. 에이, 제가 뭘 많이 배워요. 더구나 경제분야는 깜깜인 걸요. 그래도….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요, 전 세계가 마치 하나의 체제처럼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적으로 경제를 운영할 때 모두가 잘 살 수 있으니까, 그 방향으로 가자는 게 세계화라고 알고 있어요.
 
그거 좋은 얘기잖니. 게다가 세계의 지도자들이 만나서 의논한다니 좀 좋으냐. 그런데 왜들 저렇게 격렬하게 반대한대니. 외국 사람들까지 몰려와서…. 헌데, 세계화가 꼭 옳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나, 못사는 나라 사람들 중에는 세계화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도 있지요. 저 멕시코의 어느 지역에서는 그것 때문에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그 부사령관이 마르코스라는 사람인데, 마르크스? 아니요, 마르코스요. 마르크스는 19세기 사람이잖아요. 하여튼, 마르코스라는 사람이 전 세계 인터넷에다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글을 퍼트리기도 했어요.
 
신자유주의는 또 뭔데? 세계화의 바탕이 되는 이념이에요. 정확한 개념은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정부의 간섭 없이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고,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을 하도록 하자, 뭐 이런 주장이지요. 그게 왜 나빠?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게 세계적으로 큰 기업, 큰 부자들이 제 배 불리려고 꾸며낸 얘기라고 믿어요. 세계화 아무리 해봤자, 모두 잘 살게 되지는 않는다, 봐라, 지금까지의 과정이 증명하지 않느냐는 거지요.
 
그게 사실이야? 그야 저도 모르지요. 하지만, 1970,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바람이 분 이후에 더 가난해진 나라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아이엠에프…. 우리나라에도 왔던 그 아이엠에프? 예, 맞아요. 그 아이엠에프가 실은 이차대전 이후에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세운 국제기구인데, 이 아이엠에프하고, 가난한 나라 돕겠다고 만들어진 세계은행이 여기저기 어려운 나라 찾아다니면서 신자유주의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서 시키는대로 했더니, 저 남미나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극소수 상류층만 빼고는 옛날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들이 돼 버렸다는군요. 전 세계에서 하루에 2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야 하는 인구가 20억명이 넘는대요. 거기서 벗어날 희망도 보이지 않구요.
 
또하나 세계화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건,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세계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파괴된다는 것이지요. 세계화가 될수록 세계가 비슷한 모습으로 닮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토착문화는 밀려나다 못해 아예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죠. 과연 그러냐 하는 반론도 없지 않지만, 경험적으로 부인하기도 힘들지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반대론자들이 부지런히 쫓아 다니면서 목청을 높이는 거예요.
 
세계화 반대도 세계화 된 셈이구나. 하여튼, 애비 니가 볼 때 세계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으냐? 글쎄요, 리스본그룹이라고, 중립적인 학자들이 모여서 낸 결론을 보자면, 세계화가 머지않아 중단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는군요. 몇몇 자기들끼리 세계화된 나라들과 못사는 나라들로 확실하게 나뉘어져서 그냥 그대로 살든가, 끊임없이 충돌하든가…. 거, 어려운 얘기구나. 담에 듣자. 개그 콘서트할 시간이다./양훈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