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와 당진군이 7년간 끌어온 평택항 경계분쟁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일단락됐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공유수면과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싸고 벌여온 양 시·군의 분쟁과 관련 당진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자체의 자치권은 육지에 이어 바다를 포함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수년간 끌어온 평택항계내의 서부두(공유수면 매립지) 소유권 분쟁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로써 종결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진전될 내용은 단순하지가 않아 당분간 더욱 첨예한 대립으로 후유증 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택시와 당진군은 종전 입장에 변화는 없으나 법적 판단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삼간 채 향후대책을 검토하는 양상인 듯 하다. 이는 평택항을 명실공히 국제항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다 평택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길한 징후를 양 시군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헌재 판결과는 별개로 지금 평택항은 과연 동남아 물류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것인지 그 전도가 불투명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의 뜻과는 달리 중앙정부의 평택항 지원정책과 행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도와 환황해경제권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평택항을 3대 국책항만으로 육성해 동남아 무역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온 것이 벌써 15년째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구상을 포기하는 듯한 평택항 축소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물동량 증가 등 평택항의 외연 확대 추세와는 반대로 정부의 지원정책은 건건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평택항은 지난 2002년(1~11월) 항만운송실적이 전년에 비해 107%, 컨테이너는 238%의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정부의 3대 국책항만 재정투자는 2000년 부산진항 1천664억원, 광양항 462억원, 평택항 364억원, 2001년 부산 1천673억원, 광양 642억원, 평택항 416억원, 2002년 부산 2천889억원, 광양 1천158억원, 평택항 493억원 등이다.
평택항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재정적 차별은 평택항 기능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다. 더욱이 한때는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이 확정되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미군항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역항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 이와 관련 소문까지 꼬리를 무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들어 정부의 평택항 지원책이 급속히 위축되는 현실에서 당진항 분리지정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서해안 시대의 일등항 건설은 요원해진다. 지금은 평택과 당진이 관할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라 평택항이 삼류 내항으로 전락할 위기를 수습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헌재 판결은 평택항의 성격과 미래를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선은 어떤 연유건 서로의 이견이 더이상 소모적으로 발전해 평택항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좋든 싫든 평택시와 당진군은 평택항 발전을 견인할 동반자적 관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평택시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당진군은 권한행사를 앞세워 대치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관을 비롯해 주민까지 가세한 경계선이나 운영관리권 다툼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간 누적된 감정도 한순간에 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익을 앞세우고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면 이제는 해법을 전문가들에게서 구해야 하는 차례가 틀림없다. 당진군은 평택항을 개발하며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외연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온 평택시의 공을 인정하고, 평택시는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윈-윈의 자세로 평택항을 명실공히 동북아의 물류중심 허브무역항으로 발돋움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윤인철(논설위원)
평택항, 협력만이 미래를 보장한다-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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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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