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합헌인가, 위헌인가? 모르겠다. 정확하게 말해 확신을 못하겠다. 나름대로는 분명한 견해가 있다. 법안 내용을 상식과 헌법에 비춰 따져보면 된다. 그런데 왜 그리 자신이 없는가? 저명한 교육학자와 헌법학자와 논객들이 나서서 나와는 다른 견해를 설파하기 때문에? 아니다. 사립학교 교장·교사 1만여명이 서울역에 모여 목이 터져라 반대의견을 외치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그럼 왜?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모르기 때문이다.
'관습헌법' 판결이 나왔을 때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아! 법의 세계는 정말 오묘하구나! 그동안 적어도 다른 법은 몰라도 헌법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다. 헌법을 몇차례 읽으면서 이 헌법만 제대로 지켜지면 우리나라는 썩 괜찮은 나라가 되겠구나 믿었다. 이런저런 헌법 관련 서적도 읽었더랬다. 하지만, 명문 헌법과 맞먹는 '관습헌법'이 존재하며, 그게 이렇게도 적용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 헌재가 이번엔 또 어떤 심오한 해석을 할 지 문외한이 어찌 땅띔이나 할 수 있으리오.
그래도 왈가왈부할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터이니 한번 추측이나 해보자. 우선, 우리 헌법엔 아무리 뒤져봐도 '사유재산권'이라는 단어가 없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제23조 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동 2항) 그냥 '재산권'이다. 그것도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헌법은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한다고 굳세게 믿는 국민이 많다.
사립학교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그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된다면 첫번째 쟁점은 이것이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인가? 물론, 학교부지와 건물, 비품과 집기는 등기부에 등재된 학교법인의 소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시설을 떠나 학교라는 배움터는 법인 뿐만아니라 학생 교사 학부모 동문 등등이 공동으로 이어가는 공동체다. 이사장이 배짱 틀리면 문닫고, 많이만 쳐준다면 후딱 팔아치울 수 있는 사유재산은 아니라는 게 상식 아닌가?
그래도 상식만으론 짐작도 어려운 '소유권의 법리 또는 관습'이 있을 수 있으니, 학교는 학교법인 것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개정 사학법은 과연 학교법인의 사적소유권,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리, 사학의 운영권, 교육의 전문성·자율성을 침해하는가? 학교법인 이사 3분의 1을 개방형으로 하면 헌법이 보장한 이 모든 권리가 무너진다는 게 위헌론자들의 주장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저들의 말대로 '극소수의 불건전 악덕 사학'의 경우엔 말이다. 그동안 이사장 마음대로 학교를 휘둘러왔는데, 정신 바로박힌 개방이사들이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 전횡의 자유, 학교 문닫을 자유를 분명 침해당하지 않겠는가. 그나마도 3분의 1이기 망정이지 과반수면 알짜 학교를 빼앗길 수도 있겠다. '대다수의 건전 사학'에서는 건학이념을 살려 가며 학교공동체가 오히려 조화롭게 굴러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도둑질한 재산도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다'는 법리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일단 학교 건물 덜렁 세워놓고 수업료 등록금 국고지원 받아 본전 뽑고 치부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다치면 안된다는 법리 말이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신설 사립학교였다. 우리는 입학할 때부터 체육시간에 돌을 날라 황무지를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힘든 줄 몰랐다. 그곳은 우리 학교였고, 머리가 하얀 이사장 할머니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손수 돌을 치웠기 때문이다. 그 분이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개정 사학법이 당신의 학교와 운영권을 빼앗는 악법이라고 말하실지 궁금하다. /양훈도 (논설위원)
개정 사학법은 위헌인가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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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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