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 남북한의 문제인 동시에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주변 강대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국제질서에 큰 파장을 미칠 가장 강력한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시일내에 그 해법을 찾기란 거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폐쇄적이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일원체제의 북한 당국의 가변성은 거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북핵문제는 가까운 시일내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돌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인 핵 당사자인 북한 당국의 막무가내와 미국의 강경책이다.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단독 협상을 원하면서 자신들의 체제보장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협상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대가없는 협상과 선 핵포기를 주장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이다.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이 퇴진하고 강경파인 라이스 보좌관이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체니, 럼스펠드, 라이스로 이어지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강경파들은 언제든지 남북한과 국제평화를 해칠 수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정책이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유추는 명약관화하다.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여 후세인을 축출한 이들 매파는 언제든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의 입장은 명확한 것같다. 일본의 정·관계와 언론은 우리와 같은 평화해결의 대원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개발과 특히 미사일 문제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지만 그래도 평화원칙은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일본 열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런 견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저명한 언론인은 북핵문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비유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이나 보유여부와는 상관없이 북한의 존재만으로도 일본에 위협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며 미사일은 그 위협을 더욱 증진시킨다고 한 한·일 언론인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일본은 북핵문제에 우리와 버금가는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다른 열강보다 더 강한 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인상이다. 이 모임에서 많은 일본의 언론인들은 북핵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이며 그 해결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때마침 지난 주말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칠레 한미정상회담을 놓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북한의 지도자'라고 했다고 하고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한 어법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단일 줄 모르지만 북미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마디로 6자회담의 틀로 북핵문제가 다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이젠 돌아올 수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이상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집한다면 파멸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 당국은 더이상 핵카드의 매력에 빠지면 안된다. 이와함께 북핵문제에 임하는 우리측에도 문제는 있다. 우선 대결과 협상으로 양분된 국내 여론의 통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북한 스스로 북핵카드 없이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 그 해답은 아마 당근과 채찍일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은 돕고 몰 것은 몰아야 해결이 빠를 수 있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