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도론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기북부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당론화 하는 과정에서 분도론은 급격하게 정략적 의제로 변질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다짜고짜 결론 부터 말하려 한다. 경기 분도는, 만일 그것이 시대적 요구라면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지 당론으로 관철할 정치 의제가 아니다.
 
국가경제에서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행정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분도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도에 모여 사는 1천만 도민의 규모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인구 몇만의 선거구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일도 지역의 장래와 관련해 끝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판이다. 하물며 1천만 인구 규모의 경기도이다. 이를 700만, 300만 짜리로 쪼개는 일은 700만, 300만 인구의 삶의 질을 새롭게 규정하는 일이다. 쪼개는 쪽과 유지하는 쪽, 어느 쪽이 도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더 유리할지 장고에 숙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모두 생략하고 다음 지방선거에서 경기북도 지사를 선출한다는 로드맵이 나돌아 다니니, 아무리 급해도 우물앞에서 숭늉 달랄 순 없는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경기 분도론은 해묵은 지역 이슈다. 문제는 10여년이 넘은 이슈건만 그때 그때 정치권의 형편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선거이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단 한번도 국가발전 전략 차원이나 주민 삶의질 향상 차원에서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로 결론을 맺어 보질 못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도민들에게 분도는 한번도 의미 있는 현안으로 수렴된 적이 없었다. 다만 남북으로 갈려 막연한 찬반의 입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된데는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본격화된 경기북부의 분도 요구는 그동안 번번이 이를 반대하는 세력의 위세에 의해 공론장으로 진입할 수 조차 없었다. 모두 정권과 경기도지사, 경기도 다수의석의 정당이 일치했던 과거의 일로, 분도를 요구하는 세력은 10여년간 소수의 설움을 삼켜왔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분도를 관철할 수 있는 세력이 확장됐다는 이유만으로 2년 이내에 분도를 확정하겠다는 주장 또한 옳지 않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분도에 포함된 경제 사회 문화적 함의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없기는 마찬가지라서다. 아무리 괄목(刮目)하고 쳐다봐도 정치적 이유만 제외하면 분도를 둘러싼 찬반 양론의 논리가 10여년 전과 대동소이한 것은 민의 수렴없는 분도 논쟁의 공허함을 증명한다.
 
지금 행정수도 이전 대상지역이었던 충청도에선 수도이전 찬성은 선이요 반대는 악이라는 피아 식별의 감정이 극에 달해있다.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충청도 민심은 수도이전에 반대한 사람과 정당을 제거하는 양상을 보일게 확실하다. 이지역에서 정치이념과 정책노선이 존중되는 선거가 복원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경기분도론 또한 지금 처럼 정략적 의제로 증폭될 경우 행정수도 논란에 버금가는 정치,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힘들 듯 싶다. 실질적인 내용과 효과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채, 행위에 대한 찬반 논란만 극렬해지면 결과는 뻔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정부와 경기도, 경기남부와 경기북부로 찬반 전쟁이 한수 이남과 이북의 정당선호를 규정하는 극단적인 분열만 남길 것이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분도론에 이해가 걸린 이익집단과 시민단체가 모두 나서 작금의 분도 논란의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사람이면 차제에 분도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합리적 로드맵을 새로 마련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지금 찬·반론자들은 주장을 강요하는 선동가이기 보다는,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윤인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