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벽에 ×칠해가며 오래 살라는 말이 있다. 뚝 짤라 내 오래 살라면 이보다 좋은 덕담은 없다. 그러나 실상 앞의 단어들을 연결해 붙여 놓으면 뭐를 벽에 덕지덕지 발라가며 살아가라는 뜻이니 이정도에 미치면 분명 엄청난 욕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의 본성이 아무리 오래 살고 싶어도 어느 누가 멀쩡한 제정신으로 멀쩡한 벽에 ×칠해가며 살고 싶겠는가. 그렇다면 말년을 치매나 앓으며 생을 연장하라니 악담중 악담이다.
한국은 지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현상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터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01년 현재 전체인구의 7.4%인 354만명이며 20년후인 2022년에는 14.3% 대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 80~90년대의 고도성장과 생활의 윤택함이 환경을 크게 바꿔 놓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점차 노인사회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인복지 부분은 당면한 현안이며 또한 이들의 각종질환은 소홀할수 없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최근 우리사회는 불행하게도 노인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가정을 흔들며 또다른 사회문제를 불러온다. 이미 전국 노인인구의 8.3%에 해당하는 30만명이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하거나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감당할 시설이 태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 대부분은 열악한 여건속에 방치되어 있는 반면 그나마 시설원을 이용하는 치매환자는 여간 운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관계자들의 자조적 푸념이다.
본보는 지난달 27일자 현장르포를 통해 치매노인들의 미흡한 사회보장대책을 고발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인천지역에는 현재 16만4천945명의 노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8%인 1만3천196명이 치매를 앓는 환자이며 매년 0.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1천여명이 넘는 환자는 중증으로 전문적인 치료와 수용이 절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1만명이 넘는 환자수에 비해 보호시설과 전문 요양원은 수용인원이 고작 700명 선에 불과하다니 치매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아쉬운 실정이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대부분이 속수무책으로 자신은 물론이고 그가 속해 있는 가정을 피폐하게 만드는 한편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세계 4대 질병으로 불리는 치매는 누구도 가능성에 예외일수 없으며 영혼을 파괴하는 가장 비인긴적인 병으로 치부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치매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 70~80종류라고 한다. 그중에는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들수가 있고 이외에도 파킨슨병 등 여러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미국의 레이건 전대통령이 말년에 알츠하이머를 앓아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국민앞에 고백했다. 그만큼 이병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는 병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불확실한 시대에 놓여있다. 지구촌이 놀랄정도의 단기간내에 이뤄낸 경제성장은 눈부신 성과를 보였으나 상대적인 사회보장제도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당시의 주역인 노인들은 나름대로 노후대책을 세우고 자기관리에 무척이나 신경쓴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황혼을 계획해도 불현듯 어느날 찾아온 치매라는 불청객은 한순간 모든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그나마 생각이 남아 있다면 씻을수 없는 오욕의 세월을 탓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다같은 처지는 아니라 해도 대부분의 노인환자들은 비슷한 입장이다. 가정에서 돌본다고 해도 증상은 심각해 결국 한 가정을 어렵게 만들며 원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노인성치매는 더이상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60년대부터 오직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에 온갖 풍상을 겪어온 역전의 인생선배들에게 노년의 저주를 덮어줄 사회적 이불이 시급하다. /윤인철(논설위원)
고령화 시대와 노인성치매
입력 200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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