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민들이 격앙되어 있다. 앞으로 과천시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정부 주요부처들을 대거 충남으로 이전하는 ‘신행정중심 복합도시특별법’이 지난 3월 2일에 국회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과천시는 수도권인구분산계획에 의거, 지난 20여년 전에 새로 건설한 대표적인 행정중심도시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등 총 11개 부처들이 입주해 있다. 과천시의 경제는 이곳에 근무하는 6천여 공무원들과 과천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더구나 쾌적한 주거환경에다 서울 강남을 지척에 두고 있는 관계로 집 값 또한 강남수준에 버금간다. 그런데 이번 특별법의 국회통과로 과천의 젖줄이 일거에 사라짐은 물론 재산상의 손해까지 입어야할 판이니 7만여 과천시민들이 흥분할 밖에.
수도권 주민들도 심기가 편치 못하다. 수도권에 소재해 있는 공공기관 190여 개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후해서 지방으로 이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과천에 비해 덩치가 엄청날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꿀단지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과천처럼 불만의 소리는 당장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이 본격화되면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단지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더욱 수도권 주민들을 씁쓸하게 하는 것은 나머지 지자체들의 행태이다. 각 지자체들은 이참에 어느 공기업을 빼올까 저울질하는 한편 서로간에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죽어 가는 들소의 시신을 뜯어먹으려는 세렝게티평원의 하이에나들처럼 말이다.
또한 현정부의 국정운영을 보면 기득권층을 옥죄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강남의 집 값을 잡겠다고 집권기간 내내 수도권에 융단폭격을 한 터에 서울대 등 명문대를 없애기 위해 대학교 수시 모집을 대폭 늘렸으며 법조계와 의료계를 흔들기 위해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했다. 차제에 수도권주민들에게는 이번 행정수도 이전도 위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부(富)의 중심인 수도권 흔들기로 비쳐져 개운치 못하다.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방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수도권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이에 따라 물류비, 주거비 등의 상승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면에 지방은 날이 갈수록 황폐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처럼 수도권에 경제력이 편향된 경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는 진작부터 해결했어야 했다.
과거 박정희정부는 지방균형발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자를 들여오거나 혹은 국민세금을 강제로라도 동원해서 지방에 공업도시들 을 건설했다. 포항과 광양에는 대일청구권자금 등으로 포스코도시를 건설했으며 여천과 창원, 그리고 구미공단은 외자도입을 통해 완성했다. 울산과 거제도는 정부가 터전을 마련해주고 현대와 대우그룹이 부(富)의 성을 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한국경제는 이들 몇몇 지방도시들이 지탱하고 있다. 군사정부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현정부는 지역균형발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감하게 팔을 걷어 부쳤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밑의 돌을 빼어 위에다 올려놓는 식의 제로섬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그것도 사전에 치밀한 준비나 수도권주민들의 의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체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인 듯한 인상이 짙다. 이러니 돌이 빠져나갈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신행정수도 이전건은 과천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이한구〈객원논설위원·수원대교수〉
제로섬게임과 수도권
입력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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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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