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교사의 말 한마디가 교육계는 물론이고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요약하면 일진회라는 학교폭력 조직의 반사회 성향이 방치할 수준을 넘긴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일진회가 주도하는 교내폭력이 일상화되고 교사들이 이를 외면함으로써 학교공동체가 사실상 붕괴직전에 놓여있다는 그의 증언은 즉각 현실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국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해 7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내놨지만 일상적인 상식과 법률만으로는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수없이 있었던 터였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이 합동으로 나서 일진회를 해체해 나가겠다고 발표했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수선을 피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두고 볼일이다.
일진회의 실체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해왔을 뿐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로 치부한 채 그들로 인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당해온 피해 학생들의 호소를 짓눌러온 것이다. 이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현직교사의 적나라한 일진회 실체 공개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경악은 위선에 가깝다. 우리 사회의 뒤늦은 호들갑과 과잉대응에 그동안 학교폭력에 희생된 학생들이나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숨을 끊은 애들이 몇명이고, 가출과 전학·유학 등 도망친 아이들이 몇명인데, 그동안은 몰라서 지금 이 난리법석인가 하고 말이다.
한 선생님의 현장 고발이 충격적으로 여론에 전파된 것이 그 내용의 선정성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생각해 볼 거리다. 성인단체도 아니고 조무래기들이 결성한 일진회라는 모임의 일탈 행위가 어른의 인식과 통념을 뛰어넘고 있다는 데 여론은 놀라고 또 놀랐다. 이들은 이미 전국 조직망을 구성하고 있으며 난폭한 폭력행사는 예사고 성인들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운 공개적 성행위가 이뤄지는 섹스쇼를 즐기고 있다니 어른들의 아연실색은 당연하다. 섹스머신, 노예팅, 깔식은 무슨 소리고 일진회 끼리는 피임법과 상처 안 나게 때리는 법까지 가르친다는 소리는 또 무슨 소리인지 당장 쓸어버릴 놈들 아닌가 말이다. 여론은 분노했고 그래서 정부는 일망타진을 선언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정말 몰랐던 일인가. 수만명의 교사 중에서 단 한사람의 교사만이 일진회의 실체를 뒤지고 다녔다는 것인가. 적어도 학생사이에서는 다 알려진 현실이었을 것이다. 외면했을 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화의 문을 닫고 학교 선생님들이 덮어버린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 일망타진을 위한 공권력을 동원한다니, 학교를 범죄와의 전쟁터로 만들어 뭘 해결하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일진회에 속한 아이들은 교복입은 학생이 아닌가. 실제로 정부의 일진회 일망타진 계획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 학교가 쉬쉬하고 있으니 그렇다. 말년을 사고 없이 보내야 할 교장 교감들이, 근무평정에서 감점당할까 전전긍긍하는 교사들이 일진회 색출에 협조하기는 커녕 '우리 학교엔 일진회 없소'라며 일진회 감추기에 정신없다잖은가.
일진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이처럼 비교육적이고, 학교폭력에 대한 교단의 몸보신 태도가 이정도라면 학교폭력은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 정부와 교단이 교육철학을 일신하고 학생의 인권을 새롭게 의식하지 않고서는 당장 어떻게 일진회를 소탕한다 해도 비슷한 교내폭력 조직은 끊임없이 복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학교 울타리에 가둔채 사회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교육현실을 뜯어고치는 일이 시급한 일이고 범정부적인 대책은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어야 가능해질 것이다. 일진회를 근절하자는 사회의 분노는 당연하나, 그래서 진정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에 책임있는 사회구조를 교정하는 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윤인철〈논설위원〉
학교폭력 키운 사회를 교정해야
입력 200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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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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