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가(觀相家)들이 합창하듯 하는 말이 있다. “이마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 시대의 멱살을 꺼들어 올려 냅다 흔들었다 내려놓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이마가 넓고 천장 샹들리에 불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대머리를 가졌다는 게 관상가의 말이다. 왜 그런가도 말한다. “이마가 바로 관상학에서 일컫는 하늘의 뜰(天庭)이고 하늘의 창고(天倉)이기 때문이다. 이마란 부모나 윗사람의 은덕이 붙어 쌓이는 곳으로 뜰이든 창고든 넓을수록 좋은 것이다.” 얼굴을 우주에 비유한다면 턱은 땅이고 코는 사람, 이마는 하늘에 해당한다는 관상학 논리다.
 
과연 그런가. 세계적인 정치가부터 보자. 1984년 1월 9일자 ‘타임’지에 실린 소련 최고 권력층인 핵심 정치국원 8명만 훑어봐도 “과연”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르바초프 체르넨코 티코노프 그로미코 유스티노프 로마노프 등의 이마는 하나같이 훤하다. 92년 말 중국공산당 제14회 전당대회 중앙위원회에 늘어앉은 핵심 인물의 이마도 마찬가지고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이마도 대문짝처럼 넓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 프랑스의 미테랑, 이란의 호메이니, 이집트의 무바라크,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포르투갈의 소아레스, 일본의 요시다(吉田)와 나카소네(中曾根)도 널찍한 하늘 뜰과 창고를 가졌고 쿠바의 카스트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도 그렇다. 아라파트나 사우디 국왕 등 아랍 지도자들의 이마만 터번에 가려 확인할 수 없을 뿐이다.
 
63년 11월 22일 댈러스의 괴한 오스월드의 흉탄에 맞아 죽어간 존 F 케네디는 바로 이마가 좁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세계 유명 관상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총살형을 당해 독재와 사치생활을 마감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도 이마 때문이었다는 풀이다. 그렇다면 이마가 좁은 레이건은 왜 괜찮고 이마가 드넓은 닉슨과 다나카(田中)는 왜 중도하차했는가. 그 점에 대해서도 말한다. 다른 부위의 너무나 좋은 점이 이마의 약점을 카버해 주고 반대로 다른 부위의 너무도 나쁜 상(相)이 좋은 이마를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사 생도 시절 사진을 보면 고양이 이마처럼 좁은 노태우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넓은 전두환의 감옥행이다 백담사행 운명도 그렇게 작용했단 말인가. 신문 캐리커처도 노무현 대통령 이마를 유달리 강조해 그린다. 쌍꺼풀 성형보다는 이마 확장수술이 우선이 아닌가 등 세간의 수군거림도 그래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쌍꺼풀 말끝에 눈 관상 하나만 더 보자. 홍콩의 유명한 관상가 자오지왕(趙吉望)이 90년 6월 4일자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덩샤오핑(鄧小平) 관상 평을 썼다. “그의 악성(惡性)은 눈에서 나온다. 왼쪽 눈은 크고 오른쪽 눈은 작은데다가 축 처져 내린 모습은 과시 텐안먼(天安門) 학살의 총책임자답게 크게 간사하고 크게 악한 상(大奸大惡之相)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눈은 어떤가. 그의 눈 역시 ‘사막의 독사’니 ‘사막의 악귀’ 소리를 들을 만하다는 관상 평이다. 보통사람의 눈동자는 흰자위의 중간에 단정하게 박혀 있는데 후세인의 눈동자는 위로 올라가 눈꺼풀 속으로 절반쯤 들어간 채 묻혀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동물지(動物誌)’에서 언급한대로 지독하고 흉측한 독재자의 유형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관상학 이론을 100% 믿을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상이 좋다, 나쁘다는 말은 분명히 존재하고 ‘겉 볼 안이다’ ‘생긴 대로다’ 등 속어로 미뤄 봐도 관상을 전혀 무시할 수만도 없지 않나 싶다. 그런데 현 정부엔 얼굴 특징이 유달리 두드러지는 인상파가 많다. 설마 그래서 나라가 이 꼴로 망가지고 어디로 가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건 아닐 터이지만 관상가의 말들이 왠지 춘소섬어(春宵●語)처럼 귓가에 아른거린다. 믿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