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9년 전 서울 강북 변두리에 32평 아파트를 1억2천여만원에 구입, 그곳에 정착했다. 그 동안 강남은 물론 심지어 경기도조차 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A씨 동네 집값은 게걸음을 지속,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 간 집값 격차는 벌어졌다. 더 늦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신규분양이었으나 당첨은 고사하고 자녀들 사교육비 때문에 목돈마련이 불가능했다. 대신 그간 푼푼이 모은 약간의 자금과 사채를 빌려 이웃 동(棟)의 19평 아파트 한 채를 구입, 전세를 놓았다. 1가구2주택자가 되었으나 이 또한 잘못된 투자였다. 또 몇 년이 흐른 작년 10월에 다른 변두리지역의 연말입주예정인 재개발아파트 32평을 프리미엄을 주고 계약했다. 가격차가 심해 평수를 늘리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계약 즉시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잇단 고강도의 투기대책으로 입질조차 없었다. 사채와 은행 융자를 받아 이사할 아파트의 잔금과 연체료, 취득세 등을 겨우 치렀다. 그리곤 불어나는 이자 등이 부담스러워 살고 있는 집을 헐값에 처분했다. 집을 매물로 내놓은 지 무려 8개월 만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또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10년 가까이 살던 집을 처분해 얻은 양도차익은 겨우 1천500여만원에 불과했으나 1가구 3주택에 해당,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물어야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1가구 3주택자가 된 기간은 이사할 집 잔금 지불일(금년 2월)부터 살고 있는 집의 처분시점(금년 5월)까지 불과 3개월이었다. 양도세와 그간 동원한 사채이자 등을 정산해보니 A씨가 실제 손에 쥔 돈은 10년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 매입비로 지불한 액수보다 적었다. 그 동안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해를 본 셈이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내가 1가구 3주택자란 말인가. 정부가 투기는 못 잡고 서민만 죽이고 있다”며 A씨는 분통을 터뜨린다.
 
A씨는 그래도 낳은 편이다. 집이 제때에 팔리지 않아 경매로 집을 날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기꾼들은 초고강도의 투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기나 하듯 주택과 땅, 국내와 국외 등 곳곳에서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면서 목돈을 챙겼다. 이뿐 아니다. 참여정부가 타깃으로 삼았던 부유한 다주택 보유자들은 “아무리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있다”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속으로 부동산대책을 반겼다. 지금처럼 주택정책을 지속하는 한 정부가 서울 강남 등지의 주택가격을 계속 끌어올려 주는 격이니 말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한푼, 두 푼 저축하여 어렵게 집을 마련했던 수많은 서민들만 날벼락을 맞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주택가격 양극화를 촉진한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더욱 강도 높은 투기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조세형평은 물론 부동산보유세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이미 경험했듯이 세금을 통한 억지 가격하락의 여파로 또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무너질까 걱정이 크다. 더구나 지금 우리네 경제형편은 어떠한가. 고유가에 원화 강세로 수출전선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터에 북한 핵문제가 먹구름을 몰고 올 태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경기 활성화가 절실한데 최근 들어 경기가 약간씩 회복조짐을 보인다고는 하나 서민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하필 이럴 때 부동산대책의 수위를 더욱 높여야만 했나.
 
악성 종양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환자가 수술을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체력이 바닥인 상태에서의 수술은 아니함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주택정책을 지속하는 한 빈대는 못 잡고 초가삼간만 태울 뿐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이 완패했던 점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이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