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무원사회에서는 인사철이란 용어가 따로 없다. 1월과 7월 상·하반기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다는 의미의 관행적 인사는 관선에서 민선으로 넘어 오면서 용도폐기된지 오래이다. 연공서열식 승진인사와 관례적인 순환인사로는 자치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의 시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주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게 기구의 신설과 통폐합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인사를 시간을 기다려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인재의 등용과 운용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성공 여부는 인재등용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명제는 가장 어려운 리더의 실천 과제이지만 요즘 처럼 경쟁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모든 조직이 핵심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리더의 인사 능력은 인재등용만으로 끝나선 안된다. 인재들의 개별적인 능력을 엮어 조직의 힘으로 승화시키는게 더욱 중요하다. 이런 조직의 힘을 바탕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토록 독려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그러자면 안팎에서 분출하는 욕구를 수렴해 한발 앞선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능력 또한 리더의 몫이어야 한다.
선출직인 자치단체장 역시 한 지역의 행정조직의 리더로서 마찬가지 인사능력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우리 공직사회는 인사만 실시되면 그 전후로 만만찮은 후유증으로 조직의 균열을 겪고 있으니 문제다. 이는 공직에서 자리를 다투어야 할 공무원들의 과잉경쟁 탓이기도 할테지만 리더인 단체장들의 인사 원칙과 철학의 부재 탓도 크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됐다가 법망에 걸려 도중하차 하거나, 기사회생했으나 도덕성에 상처입고 초라해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런데 단체장 본인의 입신양명 과정이 부도덕한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정실인사와 부당인사 후유증으로 공직사회 전체가 기능마비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대로 잘 움직이던 공직사회가 단체장 하나 잘못 만나는 바람에 상대를 넘어트려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정략인사의 난장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정한 인사라도 시행 전후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서운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능력과 원칙에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정실인사라면 그것은 조직을 깨자는 막된 행위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부도덕한 공직자들이 발을 붙이기 힘들게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 과거의 부정적인 지자체 인사관행을 반면교사로 여겨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인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사가 지방행정 리더들의 개혁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색한 공직자도 있겠지만 이러한 바람이 꾸준히 이어지면 지방행정조직의 곪은 부위에 새순이 돋아 치유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듯 하다. 최근에도 몇몇 자지단체 공직사회가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승진하마평에 오른 인사의 승진을 우려하는 항의가 빗발친다니 그렇다. 이런 항의를 액면 그대로 공직자들의 양심적인 항의로 받아들인다면 단체장들의 부당인사가 여전하다는 증거요, 그렇지 않고 동료들간의 흠집내기라면 공직내부의 고질적인 인사 내홍을 증거하는 것 아닌가.
'인재는 측근이 아닌 민심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성인의 가르침에서, '준마는 하루에 천리를 갈수 있어도 밭을 갈 때는 소보다 못하다'는 중국 청나라 고시(古詩)의 한구절에서 민심을 바로 알고 필요한 인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는 기회를 공직사회 전체가 다시 한번 새겨봤으면 좋겠다. /윤인철(논설위원)
공직사회의 인재등용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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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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