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란다. 소위 부자로 대표되는 ‘강남과의 전쟁’에서 정부가 판정패한 듯 싶다. 그 와중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명예회장이 부자예찬론을 들고 나왔다. “많이 쓰고 많이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야 황우석 교수 같은 영웅들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매우 당연한 지적이다. 자본주의사회의 꽃은 자본가들이다.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때 새로 일자리가 생겨나고 조세수입도 증가할 뿐 아니라 이들이 활발하게 소비활동을 해야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구경제학의 창시자 로버트 멜더스는 부자 옹호론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주나 자본가 등 부자들을 옥죄는 정책에 반대하면서 불황일수록 부자들의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경제사상가 헤일 브루너는 졸부예찬론까지 부르짖으며 한술 더 뜬다. 즉 근검절약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보다 부정한 방법으로 쉽게 돈을 번 자들이 훨씬 더 많이, 더 자주 소비한다. 따라서 부의 축적방법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석유재벌 록펠러나 철강왕 카네기, 철도왕 벤더빌트 등은 어떤 유형의 부자들인가.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미국민들로부터 ‘강도귀족’으로 맹비난 받을만큼 천민자본가들의 전형이었다. 포드자동차의 창업주 헨리 포드는 근로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악랄한 경영자였다. 출발부터 자본의 국적성(國籍性)이 무의미했던 미국자본주의의 역사를 고려해볼 때 돈을 어떻게 벌었건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한 무방했던 것이다. 그리고 축적한 부의 일부를 기부 등의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면 그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자본주의를 ‘비열한 자본주의’(crazy capitalism)로 혹평하겠는가. 이런 풍토에서 성장한 제프리 존스에게 한국민들의 반부자정서는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반부자정서는 어느 수준인가. 지난해 전경련이 표본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조사자의 67%가 반부자 성향을 나타냈다. 기업오너에 대한 인식도 대동소이하다. 즉 피조사자 3명 중 2명이 부자(기업오너 포함)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학력수준이 높은 오피니언 리더들일수록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 전체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한국의 자본주의의 문화적 차이는 고사하고 한국민들의 반부자정서는 위험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부자에는 졸부(猝富)와 청부(淸富) 두 종류가 있다. 이는 학술적 전문용어가 아닌 저널리즘 용어이다. 즉 언론에서는 졸부를 투기, 탈세, 분식회계, 노동착취, 부당한 부의 세습, 정경유착 등을 통해 졸지에 부자가 된 자를, 청부는 근검절약을 통해 그야말로 깨끗하게 축재한 부자를 의미하고 있다.
청부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만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작금 참여정부의 반부자정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졸부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청부들까지 한꺼번에 개혁대상으로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벌은 돈으로 정당하게 집을 백채 혹은 땅을 수백만평을 소유하던 그것이 왜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오히려 정부는 이런 부자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했다. 참여정부의 근시안적인 반부자정책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옥석을 구분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그리고 청교도적 잣대만으로 부자를 획일적으로 평가하려는 경직적인 사회분위기도 바뀌어야할 것이다. /이한구(객원논설위원·수원대교수)
부자들을 위한 변명
입력 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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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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