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미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20개의 영어 단어’는 이러했다. 1, melody(멜로디) 2, adoration(숭배) 3, virtue(덕, 善) 4, splendor(壯觀) 5, joy(환희) 6, honor(명예) 7, lone(고독) 8, divine(神聖) 9, hope(희망) 10, innocence(순결) 11, faith(신뢰) 12, modesty(겸손) 13, harmony(조화) 14, happiness(행복) 15, eloquence(웅변) 16, liberty(자유) 17, purity(청렴) 18, nobility(숭고) 19, sympathy(동정심) 20, heaven(천국).
그러자 많은 학생이 벌 떼처럼 토를 달았고 이의를 달았다. “참말로 고상한 단어들만 고르셨습니다. 그런데 음악 교수라면 몰라도 멜로디가 그리도 중요합니까. 고독은 또 뭐고 순결은 다 뭡니까. 웅변은 무슨…”을 비롯해 “그게 없으면 인간의 존재도 불가능한 love는 왜 빠졌습니까.” “모든 사람이 철이 들자마자 꿈꾸는 fortune(부자)은 왜 없습니까.” “전쟁은 해도 괜찮고 peace(평화)는 생략해도 좋다는 겁니까.” “glory(영광)는 왜 또…” “저희 보고 버르장머리 없다 하시면서 manner는 왜…” 등. 이런 이의 중 단연 으뜸과 백미, 장원 감은 어느 경제학과 학생이 제기했다. “교수님들! 20개 단어 중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단어가 빠졌습니다. payday 말입니다. 월급을 타셔야 기운도 차리시고 멜로디에도 취하시고 나중에 빠이빠이 천국에도 가실 게 아닙니까.”
독일인의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그들 민족성처럼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다. 괴테학회와 독일어협회가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111개국 독일어 사용자 2만2천838명의 추천을 받은 95개 단어 중 각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 단어 1위는 Habseligkeiten(소유)이었다. 2위는 geborgenheit(든든함)가 차지했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Liebe(사랑)는 3위에 머물렀다. 어떻게 ‘소유’와 ‘든든함’이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하긴 튀빙겐대학의 도리스 칼라라 교수의 설명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심사위원단의 선정 변(辯)이 그럴 듯도 하다. 소유는 개인의 물질적인 부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속성(屬性)까지 일체를 뜻하는 것이라니까. 그러니까 명예도 영광도, 앞서 미국 교수들이 선정한 고상한 그런 것들도 모두 소유의 개념이라면 개념이다.
영국문화협회가 창설 70주년 기념행사로 작년 11월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여 명에게 70개 단어를 제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고르도록 한 결과는 또 어땠는가. 단연 1위가 mother(어머니)였다. mother가 1위를 차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따뜻함, 포용적, 희생의 상징이자 모든 창조→완성의 틀(모체), 그런 이미지 때문일까 일체의 가능성을 내포한 생명체를 10달 동안 담아 품는 인류의 위대한 ‘생명 창고’이기 때문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시공에 따라 부침(浮沈)했다. 칭기즈칸, 나폴레옹 시대엔 ‘정복’이라는 단어가 모든 단어를 앞섰고 콜럼버스 시대엔 ‘발견’이, 서부개척 시대엔 ‘프런티어’가 기타 일체의 단어를 뛰어넘었다. 냉전시대 이후엔 또 ‘개방’과 ‘개혁’이, 민주화 과정에선 ‘민주화’가 만병통치 면죄부 단어가 됐고…. 그러나 중국에선 아직도 ‘다당제’ ‘민주’ 등 민주 국가 척수 단어가 네티즌 금지어(禁止語) 1041개 중에 들어 있다. 그런 금지어는 작년 한 해 7만 건 등 점점 느는 민주화 시위와는 반비례로 줄어들 것이다.
그럼 이 시간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애브노멀(비정상적)’이 아닌 ‘노멀(정상적)’이 돼야 하고 ‘파토스(情念)’가 아닌 ‘로고스(理性)’여야 할 것이다. 대결과 분열의 ‘카오스(혼돈)’를 넘어 ‘코스모스(질서정연한 우주)’의 ‘안정’권에 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조건 없는 사랑 ‘아가페'를 베풀 줄 알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을 사전 속에만 처박아 두는 우(愚)는 하루바삐 폐기해야 마땅하다./吳東煥(논설위원)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
입력 200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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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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